매일신문

이재오 "대통령 싫은 사람들이 黨 나가라"

'MB탈당' 친이계 분노 폭발…김종인 위원 해임 서명 받아

분을 삭여오던 한나라당 친이명박계가 '대통령 탈당' 문제로 터지고 말았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후보인 황우여 의원에게 패한 뒤 친박계와 소장파에 당권을 내준 친이계다. 그 후 친이계는 예상과 달리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의 쇄신 진행을 지켜보던 친이계가 당이 쪼개지는 것을 각오한 듯 작심발언과 작심행동에 나선 것이다.

친이계 핵심으로 특임장관을 역임한 이재오 의원은 19일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상대책위원이든 누구든 당을 나가면 된다"며 "비대위원들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나가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헤어지는) 결단을 했으니까 이제 이명박 정부의 모든 실정 책임이 (우리에겐) 없다고 하는 게 선명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이 최근 원희룡 의원 주최 한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 탈당을 시사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을 직접 겨누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아버지가 잘못한다고 자식이 아버지를 호적에서 빼겠느냐"며 "그건 패륜아들이 하는 것이지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아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을 아버지로, 비대위를 패륜아로 비유했다. 당이 쪼개지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의원은 김 비대위원의 발언이 보도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한 번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인지,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갈수록 가관"이라고 썼다. 김 비대위원이 전국구(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 4선을 지낸 것을 비꼬으며 김 비대위원의 발언 배경에는 박 비대위원장이 있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인 씨는 도저히 한나라당의 운명을 맡을 비대위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해임요구서를 만들어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진수희 의원은 최근 "김 비대위원이 민주통합당 최재천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했다"며 불쾌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진 의원의 서울 성동갑 경쟁자다. 하지만 이 해임요구서는 권영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만류하면서 중단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이날 대통령 탈당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 탈당은) 논의된 적이 없고,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차별화를 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친이계의 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대위의 '현역의원 25% 공천배제'라는 룰이 지역'권역별이 아닌 전국적으로 적용되게 돼 친이계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의원들이 대거 탈락할 것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와대도 즉각 대응은 않고 있지만 불쾌감은 감춰지지 않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견인 만큼 지켜보겠다"고 잘랐다. 하지만 대통령 탈당 문제만큼은 대응 창구를 박 대변인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대신 역대 정부에서 여당이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면서 차별화를 꾀한 만큼 앞으로의 분위기를 보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을 떠나는 주체를 놓고 친이계와 비대위원, 친박계가 일촉즉발이어서 설 연휴 이후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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