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총장 임기 늘려야 중립 가능"…정상명 전 검찰총장

'검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참여정부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검찰총장(2005.7~2007.11)을 지낸 정상명(61) 전 검찰총장이 요즘 각 대학 등을 다니면서 강연의 주제로 삼고 있는 화두다.

"검찰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정치검찰'로 비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신뢰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검찰에 대한 오해가 무엇인지 물었다.

정 전 총장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검찰이 '중수부'를 동원, 표적'강압수사하는 등 권력을 남용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해서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검찰에 대한 비난의 핵심"이라고 정리하면서 "수사의 속성상 그렇게 비치는 것이 검찰이 가진 숙명이자 한계"라고 말했다. 전체 사건의 1%도 되지 않는 정치적 사건에서 정치권력은 검찰을 통제하려고 시도하고 검찰은 벗어나려고 하면서 그 과정이 언론을 통해 정치적 편향성으로 비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법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제하에서 (검찰과)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쩔 수 없다"며 "대통령과 정치권, 그리고 검찰 등 각 기관이 (권력남용을) 자제하고 법조인은 의지를 갖고, 국민이 지켜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재임 당시에는 야당이던 한나라당으로부터 업무정지와 탄핵하겠다는 압박을 수없이 받았지만 임기제가 시행된 이래 2년의 임기를 채운 6명의 검찰총장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대안으로 "사법부의 독립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은 법관들의 의지도 있었지만 대법원장의 임기가 (대통령보다도 긴) 6년이라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며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재의 2년에서 3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검찰총장이 이 정권, 저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총장이 오랫동안 후배 검사들을 장악하고 있어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퇴임후 정 전 총장은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4'11 총선을 앞둔 최근까지도 그는 정치권과 고향 사람들로부터 고향발전을 위해 총선에 출마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치는 하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검찰 수장 출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없지 않은 것이 우리 정치권이다. 이에 그는 "개인의 소신과 인생관이 다르다"며 "사정의 총책임자였던 검찰총장이 자신이 사정하고 단죄했던 집단에 퇴임 후 몸을 의탁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고향이 안타깝다"며 의성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감추지 않으면서 검찰 조직의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무소속으로 나가면 왜 (당선이) 안 되겠어"라고 덧붙이는 말에서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는 지난해 서울 자택에서부터 경기도 용인, 충북 충주, 음성을 거쳐 문경을 넘어 고향인 의성군 다인까지 240㎞를 7박 8일 동안 걸었다. 이 길은 영남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상경하던 옛 영남대로였다.

"속도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고향까지 가보겠다는 취지였는데 부모님의 은덕이라고 할까, 효(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효'는 고리타분한 그런 것이 아니다. 고향이고 가정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점점 고향을 잃어버리고 있다. 고향을 잃어버리면서 가정이 붕괴되고 가정의 근본인 부모자식 간의 도리도 망가지고 있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걸으면서 고향과 가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내친김에 그는 고향인 다인에서 대구까지 걸어갈 계획도 갖고 있다. 그 다음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초임검사로 부임한 광주에서 지청장을 지낸 목포까지의 호남대로도 걸어볼 생각이다.

총장직을 내려놓은 후 그는 자유롭다. 작은 변호사 사무실 한 칸 내놓고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즐기고 있다.

"30년 동안 조직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조직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문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동기(17회)로 참여정부 시절에는 8인회의 멤버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북 의성군 다인면에서 중학교(다인초, 다인중)까지 다니고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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