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탈당 논란, 쇄신과 거리가 멀다

한나라당 일각의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논란은 변화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구태를 보여주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의 이명박 대통령 탈당 주장에 친이계 의원들이 반발하는 모양새는 한나라당이 여전히 계파 싸움에 몰두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친이계 핵심으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 트위터에 남긴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다"는 글은 탈당설이 계파 간 싸움에 다름 아니란 말과 같다.

대통령 탈당 주장은 일단 궁색하다. 집권 초기에는 눈치만 살피다가 임기 말이면 탈당을 주장하는 자세는 국민들의 눈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해타산적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변화와 쇄신이 시급한 시점에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에 실정의 책임을 모두 미루고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자신들의 살길을 찾는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나 비대위의 의견에 즉각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세 또한 신중치 못하다.

비대위는 한나라당의 재탄생을 위한 지혜를 짜내기 위해 꾸려졌다. 당연히 다양한 의견과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에 얽매여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정치적 음모로 몰아간다면 스스로 살길을 찾지 말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탈당 논란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한나라당은 지금 대통령 탈당 논란을 벌이는 대신 국회의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당선과 함께 당적을 버리는 제도를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여권의 대통령 탈당 주장을 막을 수 있다. 집권 초에는 대통령의 한마디 말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가 퇴임이 다가오면 대통령을 비난하며 자신의 살길만 궁리하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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