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생 전세임대, 까다로운 규정 탓 '개살구'될라

전세난에 집 구하기 별따기…주택 기준 맞추기도 힘들어

LH(한국주택공사)가 시행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한 여대생 정모(26) 씨는 요즘 전셋집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최대 5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전셋집은 본인이 구해야 하는 규정 탓이다. 하지만 요즘 대학가 주변에 전셋집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 씨는 2주일 넘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헤매며 학교에서 먼 지역의 원룸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조건에 맞는 전셋집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요즘 같은 전세난에 대학생에게 전세를 주겠다는 집주인은 없다"며 "어렵게 집을 구하더라도 지원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푸념했다.

정부가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다. 극심한 전세난과 맞물리며 대학가 주변에서 전셋집을 찾기 힘든데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기준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LH는 최근 전국 대학생 전세임대 9천 가구(대구경북 603가구)를 대상으로 입주 희망자를 모집했다. 대구는 333가구 모집에 544명이 신청해 1.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경북은 270가구에 530명이 몰려 1.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는 2만2천31명이 신청해 2.4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LH가 전세로 입주 신청 주택을 빌린 뒤 보증금 100만~200만원, 월세 7만~17만원에 대학생들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수도권은 7천만원, 광역시는 5천만원, 기타지역은 4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막상 입주 대상자에 선정이 되더라도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가 주변은 기존 전셋집도 월세로 전환할 정도로 전세 주택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경북대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번 달에만 전세 매물을 찾는 학생이 대여섯 명 왔지만 매물이 없어 모두 돌려보냈다"며 "신학기 경북대 주변에서 거래되는 전셋집 물량이 100가구 안팎에 불과한데다 빈집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들은 전셋집이 있더라도 까다로운 지원 기준에 맞추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지원을 받으려면 전용면적 40㎡ 이하 주택으로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이 돼야 하고 별도의 취사'세면 시설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해당 주택의 부채비율이 주택가격의 80% 이하인 주택만 지원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두 가구로 분리한 불법 개조 주택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대학생 강경운(24) 씨는"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은 대학가 주변에는 전셋집이 잘 나지 않고 지원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혜택을 볼 수 없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H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대학가에 전세 주택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뚜렷한 대책은 없지만 대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면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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