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들 통기타에 빠지다…강습학원에 발길 이어져

TV오디션 프로그램 영향…악기점 매출도 40% 늘어

사진. 20일 오후 대구시내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청소년들이 기타를 배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진. 20일 오후 대구시내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청소년들이 기타를 배우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중학생 김모(15'수성구 범어동) 양은 석 달간 모은 용돈으로 최근 통기타를 마련했다. 방학을 맞아 실용음악학원의 통기타 강습에도 등록했다. 엄마에겐 취미로 한 달만 배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속마음은 통기타를 계속 배워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노래와 춤만 보여주던 아이돌 가수들이 통기타를 연주하며 음악 실력을 뽐내니 더욱 매력적이에요. 저도 통기타 연주를 익히고 나면 TV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신청할 생각이에요. 열심히 노력해 자질을 보이면 부모님도 저를 지지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청소년들이 통기타에 열광하고 있다. 7080세대의 전유물로만 인식됐던 통기타가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TV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통기타를 연주하는 아이돌 스타가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통기타 강습소와 악기 상점에 청소년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박승우(16'중학교 3년) 군은 "한 반 40명 중 6, 7명이 통기타를 갖고 있다"며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통기타 반을 운영하고 있고, 교내나 청소년회관에서 운영하는 록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 사이에 통기타 붐이 일자 지역 기타 강습소도 붐비고 있다. 중구 남일동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이남수(36) 씨는 "전체 수강생 중 통기타를 배우는 중'고생이 30%를 차지한다"며 "기존에는 남성 멤버 위주의 록 밴드를 동경하던 남학생들이 주로 강습소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통기타를 맨 아이돌 가수를 동경하는 여학생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역 악기 상점도 덩달아 미소 짓고 있다. 중구 남산동에서 악기 상점을 운영하는 황경구(42) 씨는 "상점 손님의 80%가량이 중'고생"이라며 "통기타 판매는 TV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부터 이전에 비해 30~4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지역출신 프로 기타연주자 황수진 씨는 "취미로 하는 음악은 삶의 좋은 쉼터가 될 수 있다. 기타 연주를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호흡하고,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음악학원 이남수 원장은 "외교관이 되려고 영어를 배우다 보면 외교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영어 실력은 남는다"며 "가수를 동경하며 기타를 배우는 청소년이 뮤지션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음악 학습을 통해 정서를 순화하고, 인생의 윤활유와 같은 취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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