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새로운 무역환경의 지평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그 복잡성으로 바야흐로 자유무역협정(FTA)이 작금의 무역질서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수출로 국력을 키워 온 우리나라에 있어 한미 FTA는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무역환경의 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에 있어 2004년 4월 1일 한칠레 FTA가 처음으로 체결된 이후 8번째이며, 2007년 5월 25일 한미 양국 간 협상타결 이후 4년 만인 지난 2011년 11월 22일 국회 비준을 거쳤으며, 양국수반이 서명만 하면 즉시 발효되게 돼 있는데 금년 상반기 중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장벽이 철거되고, 대내'외적 신뢰성이 높아져 활동영역이 넓어지는 것 등은 여느 FTA와 유사하지만, 상호 무역 의존율이 매우 높고, 무역 당사자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감이 강조되고 있어 사전 준비 여하에 따라 수혜'비수혜 분야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지역의 주종 수출산업인 섬유산업 역시 긍정적인 관심은 크지만 기업 체감지수는 아직까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제도의 까다로움과 현장맞춤형 정보 접근의 애로 등으로 임계점에 이르는 데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FTA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은 33개가 있으며, 인터넷사이트도 200여 개에 이른다는 발표처럼 많은 정보가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관련 규정과 내용이 어렵고 복잡할 뿐 아니라 관련 정보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그 때문에 막상 개별 수요기업들이 자기가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려 할 때 어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한미 FTA는 엄격한 기준의 원산지증명과 우회수출 방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지식을 개별업체가 단시일 내에 습득'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즉, 미국의 섬유수입세율 적용기준 품목이 1천598품목(HS코드 8자리 세 번수)에 이르며, 품목별 세율도 다르고, 혼용률 적용 기준도 복잡하다.
여기에다 대 미국 수출업체는 해당 품목에 대한 상품생산의 원'부자재 수급상황과 설비운용정보 등 모든 생산 이력까지 이해관계 업체가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섬유는 원사, 원단, 의류 및 제품별로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판매규모 또한 천차만별이다. 이를 생산 또는 판매하는 기업 대다수가 매우 영세해서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서 해당 기업의 FTA 담당자는 기업과 상품 정보에 밝아야 한다. 해당 기업 정보뿐 아니라 제품 생산 협력업체와 수입상인, 유관기관과의 정보 교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CEO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시책이라 하더라도 접근성이 어려우면 제도 정착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며, 때를 놓치면 피해도 커진다. 한미 FTA의 빠른 정착과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마중물과 같은 롤모델을 만들기 위한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약간의 특혜 시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선발'선도기업군 육성과 집중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도 많은 FTA 지원기관이 있지만 생산의 80% 이상을 수출에 절대의존하고 있는 섬유산지기업 지원을 위해 가칭 '섬유산지 FTA 콜센터'를 만들어 찾아가는 '기업형 원셋트 맞춤 서비스제' 도입이 시행됐으면 한다.
지원 대상기업도 희망업체를 중심으로 규모별, 상품별 해당 기업을 선정해 학생을 지도하듯 맞춤식 지원이 이루어져야 실효성이 크고 파급 효과도 그만큼 빠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섬유는 과거 쿼터제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서두르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새로운 제도 진입에 매우 용이한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세계 섬유수입액의 18.4%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며, 뉴욕, LA 등 미국 주요지역에는 한인교포에 의한 섬유상권이 잘 발달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섬유수출의 대미국 섬유수출 점유율은 1990년 27%에서 2011년에는 8%로 낮아졌으며, 미국 섬유수입시장에서의 우리나라의 점유 비중도 2000년 4.4%에서 2010년 1.2%로 줄어들었다. 한미 FTA가 무녀리로 취급받지 않고, 잃어버린 미국 섬유시장을 다시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원호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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