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은 설 명절을 지내고 귀갓길에 오른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표 창구마다 열차표를 구하려는 이용객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20여 분 줄을 선 끝에 마산행 열차표를 산 유모(61) 씨는 "인터넷 예약이나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아 매표창구를 이용한다"며 "명절이나 주말에는 매표 창구를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평일에도 열차표를 사기 위해 줄 서는 불편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오는 7월까지 동대구역 등 주요 철도역의 매표 창구를 대부분 폐쇄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올 상반기까지 철도역 매표 창구에서 일하는 정규직원을 전원 감축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전국 101개 역 117개 매표 창구를 폐쇄하고 매표 업무를 맡고 있던 390명은 다른 업무로 전환하거나 안내 업무를 맡기기로 한 것.
대구경북의 경우 매표원 기능이 있는 30개 역 가운데 코레일 직원이 매표와 관제'안내 등을 겸하고 있는 19개 역을 제외한 11개 역이 대상이다. 동대구역, 대구역, 김천역, 구미역, 경산역 등 주요 역들이 창구 폐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은 매표 창구 폐쇄와 인력 전환 배치로 연간 198억원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코레일은 올해 말까지 80%를 우선 정리한 뒤, 나머지 20%는 자동발권 등 추이를 봐가며 추가 감축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동대구역의 경우 12개 매표 창구 가운데 코레일 정규직원이 근무하는 창구 5개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외주용역업체인 KN(코레일 네트웍스)이 운영하는 창구는 7곳이다. 대구역의 경우 매표창구 4곳 중 코레일 직원이 담당하는 3곳이 사라질 처지다. 동대구역 이용객은 하루 평균 3만여 명(주말 기준), 대구역은 1만2천 명에 이른다. 온라인 발권과 스마트폰 보급에도 매표 창구 이용 비율이 지난해 49.6%(전국평균)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줄을 서는 이용객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셈이다.
이에 시민들은 KTX의 감축경영에 애꿎은 이용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직장인 박모(48) 씨는 "온라인 발권만 권장하면 '디지털 문맹'인 노인층의 불편이 클 것"이라며, "KTX는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등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KTX 운영 경쟁 체제 도입의 이유로 경영 비효율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경영 합리화 방안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동요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고, 이용객들도 대기 줄이 길어져 민원이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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