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목표인 '8강 진입'을 위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FC서울이 우승한 2010년, 빙가다 전 서울 감독을 보좌할 때 전지훈련에서 받은 느낌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예감이 좋습니다."
브라질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구FC의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 옆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통역 박만춘(26) 씨다. 박 씨는 선수단 훈련 때는 물론 경기, 선수단 미팅 때도 늘 페레이라 감독의 바로 옆에 자리하며 감독의 말을 전하는 분신 역할을 한다.
단순한 의미 전달이 아닌 감독의 기분과 미묘한 뉘앙스, 표정, 생각까지 읽으며 한 마디 한 마디 전달해야 하는 만큼 감독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감독의 말의 높낮이, 빠르기, 표정과 제스처까지 똑같이 따라하며 감독의 대리인 역할을 해야 한다. 고함과 호통을 칠 때도 그대로 따라한다. 감독뿐 아니라 코치 3명과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브라질 출신이어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고, 잠시도 한눈팔거나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언어만 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감독의 요구 사항과 의미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축구에 대한 지식과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
일단 언어는 합격점이다. 브라질의 언어인 포르투갈어는 물론 스페인어, 영어까지 능통하다. 초교 1학년이던 1992년 멕시코로 넘어가 7년을 살았고, 1999년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가 3년간 살아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영어를 다 배우게 됐다. 포르투갈어는 거의 원어민 수준이다.
축구 역시 문제가 없다. 학창시절 브라질에서 축구 유학을 했고 2002년 FC서울에 5년 계약으로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한 만큼 축구나 전술 이해도도 최상이다. 이후 2010년까지 스태프로 활동했고, 빙가다 감독의 통역을 맡은 경험도 있다.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 가교 역할을 하다 보니 위치가 애매하다. 입단 당시 구단으로부터 코치 대우 약속을 받기는 했지만 정식 코치는 아니어서 페레이라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며 지시를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자칫 '너무 튄다'는 등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
박 씨는 "역할이 이렇다 보니 잘못 행동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나도 선수 출신이어서 선수단 분위기를 잘 알아 코치 선생님들을 잘 모시고 선수단 선'후배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공석에선 후배들은 물론 선배들도 '박 코치'라고 부르지만 사석에선 형으로 부르는 등 선수들과 친하다"고 말했다.
페레이라 감독은 박 씨를 '팀 보배'라고 자랑한다. 페레이라 감독은 "포르투갈어를 이렇게 완벽하게 구사하는 선수 출신 통역이 있을지는 생각도 못했다. 나의 전술과 지시를 이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통역도 없을 것이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고 칭찬했다. 박 씨는 "페레이라 감독은 지도력은 물론 인품도 좋은 최고의 감독이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 선수들도 좋아한다"고 화답, 감독과의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브라질 이과수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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