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江蘇省) 남부에 있는 우시(无錫)는 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대변하는 도시다. 인구 700만 명 정도로 중국 내에서는 그리 크지 않는 도시지만 최근 급성장한 신흥공업지역으로 장쑤성에서는 2위, 중국 내에서는 7위 정도의 소득 규모를 자랑한다. 공업도시인 이곳에서도 점차 문화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다양한 '문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우드'로 부르는 대규모 문화단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과거의 유적지 등지에 현대적인 문화를 덧씌우는 사업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특히 낡은 과거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최대한 살리면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중국인들의 지혜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중국은 경제 부흥을 토대로 올해 문화예산을 지난해의 2배로 늘렸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도 중국이 경제 대국을 넘어 문화대국을 꿈꾸며 문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차이나우드를 향해
우시 제1의 대학인 강남대학 맞은편에는 대규모 단지가 한창 조성 중이다. 이름하여 '우시국가디지털영상산업단지'(无錫國家敎字電影産業園). 영화와 애니메이션, 공연의 모든 것이 몰려 있는 복합단지로 중국 정부에서 영상산업을 발전시키고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투자하는 대규모 문화단지다. 우리 돈으로 총 3조원가량을 투자해 6㎢ 규모의 부지에 영화 세트장과 제작, 애니메이션 제작, 공연장, 영화테마파크, 인력 육성 및 교육 등 각종 문화콘텐츠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모두 A~D구역으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이미 애니메이션센터 등 일부 건물은 이미 완공돼 업체 입주가 이뤄지고 있고 1천200석 규모의 대극장과 700석 규모의 중극장을 갖춘 우시대극장이 곧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곳 단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영화테마파크가 들어설 부지다.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 '차이나우드'(Chinawood)로 불린다. '차이나우드'는 차이나(China)와 미국의 할리우드(Hollywood)의 복합어로 중국의 할리우드라는 의미다. 중국이 세계적인 영화 제작 산실인 미국의 할리우드를 모델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의 산실로 키우겠다는 것. 이를 위해 미국의 아카데미위원회와도 기술 협약을 맺었다. 또 외국의 기술자와 투자자들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투자 및 기술 상담도 활발하다. 우시국가디지털영상산업단지 측은 "우시 지역이 원래 삼국지 등 중국 영화 촬영지로 많이 활용됐는데 이를 토대로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 촬영지 및 제작지로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기존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살려 개발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철소 부지다. 영화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데 20년 역사의 낡은 제철소 지붕과 기둥 등을 그대로 살려 놓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시디지털영상산업단지 왕 페이(34'여) 전시 담당은 "이 제철소는 중국에서 가장 긴 제철소로 중국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데다 2차 산업의 상징인 제철소가 3차 산업의 상징인 영화테마파크로 변신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투자자와 관광객들에게 그런 의미를 홍보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영화 세트장으로 만들어지는 구역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운하가 다니던 부두를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식 세트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문화에 현대를 접목
우시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는 남선사다. 남선사는 '당백호 점추향'(唐伯虎 点秋香)이라는 이야기가 태어난 유서 깊은 불교 사찰이다. 당백호 점추향은 우리나라의 춘향전처럼 오래전부터 중국인들에게 내려오는 유명한 민간 설화다. 우시에서는 남선사에서 탄생한 당백호 점추향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를 스토리텔링화해 관광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공연기획사 '신항연출'의 화하이옌(華海燕'43'여) 대표는 "현재 남선사 주변에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어느 정도 하드웨어가 갖추어지면 여러 가지 공연 등을 펼치는 등 소프트웨어 부문과 접목해 하나의 문화관광 산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남선사 뒤쪽으로는 500m가량의 카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 거리를 현지인들은 '우시청명교역사문화가구'(无錫淸名橋歷史文化街區)라 부른다. 눈에 띄는 것은 즐비하게 늘어선 옛 가옥들이다. 낡은 가옥들에는 하나같이 현대식 간판이 걸려 있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우리나라 현대식 카페나 다름이 없다.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것. 카페 뒤편으로는 운하가 흐르고 밤이 되면 맞은편 고택에 걸린 불을 밝힌 홍등들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홍등이 걸린 고택들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홍등 경관을 위해 지방정부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이렇듯 이 카페 거리는 고택을 그대로 살리거나 고치고 내부만 현대식으로 개조를 했다. 이런 카페들이 수백 곳에 이른다. 너무 낡은 고택들은 허물어 주변 고택과 어울리도록 다시 지었다고 한다. 우시에서는 이 같은 카페 거리를 하나 더 조성하고 있다. 현지답사를 한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고택을 그대로 살려 이색적인 카페 거리를 만든 정책은 우리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 새로운 것을 짓기보다는 옛것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무언가를 접목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 인재 육성에 총력
중국은 최근 문화에 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이 30년 전부터 개방을 통해 공업이나 상업적으로는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문화예술은 그 같은 속도에 못 따라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올해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렸고 중앙 정부의 정책 방향도 문화예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중국이 어떤 방법으로 문화를 키울 수 있는지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문화와 관련한 훌륭한 인재들을 모으려는 방안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시 또한 문화인재를 뽑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우시는 2년 전부터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점진적으로 1천 명의 인재를 모은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인재들에게는 정부가 100㎡가량의 주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최대 2억원의 지원금도 주고 있다. 우시발전과개혁위원회 짜오 메이 지앙(46) 서비스업처장은 "문화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방법을 못 찾고 있어 그런 방법들을 내놓을 전문가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우시국가디지털영상산업단지에서도 단지 조성과 함께 중국의 영상산업을 이끌어갈 전문인 양성에 신경 쓰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영상예술아카데미와 활발하게 교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유명한 3D디지털 제작회사들과 손을 잡고 기업관리와 프로젝트 관리 및 기획, 설비관리 등 여러 방면에서 지속적인 인재 양성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단지의 목표가 세계 최고의 영상물을 생산, 제작하는 전초기지이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려고 결국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를 인식하고 있다.
중국 우시에서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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