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5)메주

몸 구석구석 보약, 말이 필요없는 No.1 건강식

이맘때면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주 익숙한 구수한 냄새가 있다. 바로 메주와 청국장 띄우는 냄새다. 방 한쪽에 불룩하게 덮어둔 이불 속에는 따끈따끈하게 진을 내면서 뜨고 있는 청국장이 있다. 구수하고 담백한 청국장을 뚝배기에 넣어 기름진 한우 스지와 두부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냉이 한줌 넣어 청양고추로 칼칼하게 맛을 낸 청국장찌개야말로 겨울을 이겨내는 한국인의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메주를 띄우고 숨 쉬는 옹기에서 긴 세월을 기다린 장류는 한국인의 정서가 곰삭아 있는 콩을 이용한 고유의 전통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 장류의 기원을 살펴보면 '삼국사기'에서 신문왕 3년(688년)에 왕비의 폐백품목에 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 기원은 약 3세기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에는 메줏가루에 조선 중기 도입된 고춧가루를 이용한 만초장(고추장) 제조법이 등장했다. 고기와 생선을 곁들여 담은 청육장, 어육장, 별미장 등 풍미가 다양한 약 120종의 장류를 제조해 독특한 장 문화를 뿌리내린 것이 바로 이 시기다.

장류는 오랫동안 전통요법에 이용되어 왔으며 최근 건강기능성이 밝혀지면서 산업으로도 유망한 미래형 식품이다. 된장은 독을 죽이고 오장을 편하게 해 주는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옛날에는 타박상, 환상, 벌레독 등에 발라 독을 치료했다. 청국장은 두통, 발열, 오한, 풍토병을 다스리고 약의 중독을 풀어주며 복통, 구역증세의 치료에 이용된다.

최근에는 장류에 포함된 기능성 성분이 혈관질환과 골다공증 예방, 항암, 노인성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장류의 유용 성분은 체내의 유해물질, 알코올과 니코틴의 해독에 작용하며 비만방지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콩 단백질은 발효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아미노산, 올리고펩타이드로 쪼개지면서 비만 억제 효과를 발휘하고,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유익한 균을 자라게 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한다.

이러한 콩을 이용한 전통식품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콩 전통음식을 세계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 된장, 청국장, 간장, 콩나물 등 전통식품의 세계 진출을 위한 가공기술의 표준화 및 과학화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 가면 장류들이 아주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는 사람은 잘 없고 그저 좋아하는 브랜드나 아주 익숙한 맛을 선호하여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현실이다.

장류의 종류와 구분에 대해 제대로 한번 밝혀보자. 간장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양조간장(재래'한식'개량식), 산분해간장, 효소분해간장, 혼합간장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로 재래식 간장은 콩으로 만든 메주를 만들어 세균(bacteria)인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고초균)와 곰팡이(국, koji)인 아스퍼질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에 의해 발효된다. 주로 한식간장, 재래식간장, 국간장으로 불린다.

두 번째로 개량식 양조간장은 콩과 전분질(쌀'보리'밀)을 혼합하여 사용하며 아스퍼질루스 오리제에 의해서만 발효되어 만들어진다. 재래식, 개량식은 작용하는 미생물은 다르지만 오랜 발효법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양조 간장은 이를 개량한 것이다.

세 번째로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산으로 분해시킨 후 중화해 아미노산액으로 만든 것으로 간장의 풍미 향상을 위해 양조간장과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네 번째 효소분해간장은 단백질 또는 탄수화물을 함유한 원료를 효소로 가수분해한 후 그 여액을 가공한 것. 마지막으로 혼합간장은 양조간장 원액과 산분해간장 원액을 적정비율로 혼합해 가공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혼합 비율에 따라 맛과 가격이 결정되므로 꼼꼼히 살펴보고 장류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