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기업인 김영식

"장인 기질 강하고 창의력 뛰어나"

요즘 인터넷 은어 중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월급일을 조금 남겨두고 생활비가 넉넉하지 못한 것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은 '보릿고개'란 말이 가벼운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불과 50년 전만 해도 국민들에게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가을에 거둔 식량은 전부 바닥났고, 추수해야 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제의 수탈로 인해 보릿고개는 해마다 견뎌내야 하는 재앙이었다. 보릿고개라는 말에는 초근목피로 삶을 연명해야 했던 지난날 우리 민족의 고달프고 서러운 역사가 담겨 있다.

하지만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은 보릿고개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보릿고개를 겪었던 세대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공익광고는 격세지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요즘은 먹거리 못지않게 건강기능식품도 풍족한데, 식생활이 안정된 후 불어온 웰빙 열풍의 영향도 있겠지만, 항상 배부를 날이 없었던 과거 보릿고개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건강기능식품 하면 떠오르는 인상 깊은 광고가 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로 유명한 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이 직접 출연한 CF이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친근한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 광고의 뒤에는, 크나큰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한 남자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 있다.

김영식은 1951년 12월 4일 경상남도 고성에서 출생했다. 그는 1984년 천호식품을 설립해 크게 성장시켰고, 본업인 건강식품 제조 외의 다른 분야로도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1997년, 느닷없이 찾아온 IMF 외환위기는 그에게 파산과 함께 20억원의 빚을 안겨주었다. 외환위기가 그에게 준 시련은 너무도 가혹했다. 소주 한 병과 소시지로 끼니를 때우며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들던 그때가 그에게는 보릿고개와도 같은 비참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공장에 쌓인 재고들 중 쑥진액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날로 김 회장은 쑥을 팔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발로 뛰었다. 이렇게 뛰어다닌 지 한 달 만에 그는 1천1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매출은 다달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자본금 130만원과 열정, 이 두 가지로 그는 1년 11개월 만에 모든 빚을 청산하고 연매출 800억원의 회사로 부활시킬 수 있었다. 2008년에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이야기를 담은 '10m만 더 뛰어봐'가 출간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열정과 오기로 살아온 김영식, 식품제조업을 하는 그에게 딱 맞는 이름이다. 그의 이름은 식신이 강한 이름이다. 식신은 밥 식(食)자에 귀신 신(神)자인데, 한마디로 먹을 복이 많다는 말이다. 이름에서 식신이 길하게 작용하면 음식업이나 식품제조업에 종사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손재주가 좋고, 외곬의 성격이 있어 장인 기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작명법에서 식신의 작용을 여러 가지로 풀이하는데, 식신이 무엇과 동주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식신이 겁재(劫財)와 동주하는 그의 이름은 창의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식품제조업뿐만 아니라 기계제작, 설계와 같은 분야와 연극, 영화 계통에서 작품제작이나 출연하는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해도 좋을 이름이다. 그는 현재 활발한 경제활동과 강연을 다니며, 우리나라 최고 복지기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남들보다 10m 더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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