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시작하길 잘했어
3년 전에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대학 편입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12년 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필요에 의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나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도 대학에 가서 공부를 시작하니까 우리 함께 열심히 공부하자"라고 딸과 약속을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밀리는 과제와 쌓여만 가는 집안일을 보며 짜증도 늘어만 갔습니다.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순간순간 나를 괴롭혔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딸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진다고 생각하니 더 괴로웠습니다.
버거웠던 4개월이 지나고 여름방학을 하니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 같았습니다. 4개월이 고비였습니다. 이제 슬슬 공부와 직장, 집안일에 적응이 되어 가니 할 만했습니다. 시험기간에는 고 3때 이후로 한 번도 꾼 적 없는 악몽을 다시 꾸곤 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았는데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어 눈앞이 깜깜해지는 꿈을 꾸니 수험생 시절 생각이 나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가 공부할 때는 스스로 밥도 챙겨 먹고, 집안일도 도와주었습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봐 주니 너무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매학기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니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공부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었는데, 나를 위해 공부를 하니 피곤한 줄도 몰랐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에너지가 마구 생겼습니다.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던 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가족도 함께 축하해 주었습니다. 졸업을 하면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공부를 할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매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때 공부를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상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번 성취감을 맛보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우니라." 공자님 말씀처럼 열심히 배워 생각하고 실천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김수연(구미시 박정희로)
♥수필2-어머니
반평생을 자식과 가족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슈퍼마켓을 20년간 운영하시고 계신 어머니는 아침에 눈을 뜨면 1층인 가게에 내려가 일을 하시고 저녁이 되어 일을 마치고는 3층인 집으로 들어와 저녁준비, 집안일 등을 도맡아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항상 1층, 3층을 다니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셨습니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어머니는 힘들지 않구나, 어머니는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린 저는 다른 집은 외식도 자주 하고 여행도 가는데 왜 우리는 못 가냐며 투정만 부렸습니다.
얼마 전 가게를 잠시 닫아두고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절에 갔습니다. 어릴 적 이후 처음으로 집과 슈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는 어머니는 마치 소풍을 가는 소녀의 모습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시며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보는 순간 '어머니께 너무 무관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가족만을 생각하신 어머니를 이젠 제가 보살펴드리고 싶습니다.
김면관(대구 북구 읍내동)
♥수필3-초심
군대를 전역하고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도 일하러 나가신 부모님을 도와드릴 겸 거실을 정리하였다. 한참을 정리하던 중 이등병 때 군에서 부모님께 보낸 편지들이 거실 서랍에 차곡차곡 모여 있었다.
감회에 젖어 지난날을 회상하며 읽어보니 하늘 아래 이런 효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한 약속들이 적혀 있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웠다. 전역한 후 군에서 했던 다짐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힘들 때 떨어져 있어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이 전역 후 가까이 있다 보니 잊어버린 것 같다.
새해에는 그렇게도 소중했던 가족들을 위해 부모님께는 곁에서 든든한 아들, 동생에게는 멋진 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최무용(대구 북구 동천동)
♥수필4-성준 엄마
설 전날 전통시장을 찾은 난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로 고등어를 사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가로막는 것이었다. 움찔하면서 한걸음 물러서 보니 10년을 같이 살아온 이웃사촌 동생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가난했지만 형제간에 우애는 남달라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독했던 3형제, 3동서들이 차례용품을 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은 것이다.
빈혈로 응급실을 몇 번이나 갔던 맏며느리 성준 엄마 얼굴을 먼저 쳐다보았더니 창백한 얼굴이 아니라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사 올 때 개구쟁이였던 꼬맹이들 소식, 거동이 불편한 친정엄마 소식, 여전히 같은 동네에서 돈독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체될까 염려하여 작별을 고하고 돌아섰지만 연휴가 끝난 뒤 찾아갈 것이다.
성준 엄마 먼저 아는 척 해줘서 고맙고, 건강해져서 더더욱 고맙고, 맏며느리로 힘들겠지만 손아래 두 동서들이랑 여전히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아. 고향은 잘 갔다 왔겠지? 조만간 찾아갈게. 기다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이수자(대구 북구 학정로)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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