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추운 겨울 카네이션이 활짝

이 추운 겨울에 꽃이 피었습니다. 화분에 자라는 제라늄, 선인장, 카네이션이 꽃을 피웠습니다. 여름에 피는 제라늄이 먼저 꽃을 피우더니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선인장도 보란 듯 꽃을 피우고 지난 어버이날 산 카네이션도 따라 피웠습니다.

겨울에 카네이션이 꽃을 피웠다고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로 자랑을 합니다. 흑룡의 해에는 우리 집에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자랑입니다.

지난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는 화분이 없었습니다. 화분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시장 방앗간 집에서 얻어 온 선인장이 시작이었고 문주란은 공터의 깨진 화분에 버려진 걸 주워와 심었고, 이렇게 저렇게 모여진 화분이 가을에는 30개나 되었습니다.

이 많은 화분 중에 산 것은 카네이션뿐입니다. 지난가을 첫 추위가 오고 거실로 화분을 들이는 날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겨울이라고 해야 겨우 세 달인데 아무리 복잡해도 키우던 걸 어떻게 버리느냐는 측과 들여 놓을 화분보다는 버릴 화분이 더 많다며 내년 봄에 저 정도 화분은 산다고 해도 몇 푼 안 주면 산다는 측과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하였다. 화분의 화초들이 꽃을 피운 크리스마스 이후부터는 이 따위 것을 들여 놔서 무엇에 쓰려고 한 아들도 거실도 좁은데 들여 놀 곳이 어디 있냐고 한 딸도 키우던 건 돈이 아니라 못 버린다는 아내에게 우리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하는 눈치로 자기들이 들이자고 한 것처럼 말하고 다닙니다.

오늘 아침 식탁에 모여 앉아 꽃 이야기를 나누며 모두 하나 되어 같은 소리를 냅니다.

내년에는 봄부터 화분을 늘려서 겨울에 자기 방에도 화분 몇 개를 들여놔야겠다며 여름에 물도 주고 풀도 뽑아 잘 보살펴 겨울 내내 꽃을 피게 해 보자며.

안준식(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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