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천 떠난 TK버팀목들… 지역에 부는 후폭풍

정부 예산창구 문 닫혀…신규사업 줄줄이 적신호

새로운 희망을 가지는 신년 정국이지만 과천의 분위기는 예년과 달리 어두워지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자리를 떠나면서 올해부터 지역 사업 추진이 예년만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정권 말기 과천을 떠난 지역 출신 고위 공무원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예산 배정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탈TK 인사들의 행보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연말 차관급 인사로 자리에서 물러난 류성걸 2차관을 필두로 강호인 차관보, 박철규 기획조정실장 등 굵직한 지역 출신 인사들이 모두 자리를 떠났다.

특히 안동 출신으로 경북고'경북대를 졸업한 류 차관의 공백은 커 보인다. 그가 차관으로 지낸 지난 2년 동안 지역의 굵직한 예산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지역 현안에 관심을 많이 가져 왔다. 따라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도 그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재정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안동)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김-류 라인'이 사라짐으로써 앞으로 지역 예산을 챙기는 정관계 라인도 축소되거나 변화될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륜고 출신인 강호인 차관보(행시 24회)의 경우 이번에 새로 임명된 김동연 차관(행시 26회) 등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한 케이스여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국장급만 수년 한 뒤 결국 승진하지 못하고 공직에서 물러나게 된 사연을 아는 그의 주변 인사들은 위로를 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산하 기관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이유로 2년간 공공정책국장을 했다"며 부처 내 공기관으로 이전하는 관례도 따르지 않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재정부 출신 지역 인사들의 외부 유출도 심각하다. 지난해 초 FTA 본부장을 지내다 차관급인 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화동(군위) 위원을 비롯해 최근엔 재정부 핵심 보직을 맡고 있던 기획조정실 박철규(경주) 실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역에선 두 사람 모두 재정부 내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예산 업무에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손실이 크다.

예산 부처뿐 아니라 지역 현안과 밀접한 다른 부처의 탈TK 인사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최경환 장관과 박영준 차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역 출신 공무원들의 어깨에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대구의 로봇산업을 비롯해 에너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원 등 두 사람이 공들여 추진했던 사업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감마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지경부 내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은 지역 모임도 한번 갖지 않는 등 느슨한 유대감을 보여 왔으나 지역 출신 장'차관의 출현으로 끈끈해졌다가 다시 퇴조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도 지역 출신 차관이 자리를 비움에 따라 지역으로선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두 부처는 SOC사업과 농수산업을 담당하고 있어 경북도로서는 새로운 라인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토부에서는 의성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김희국 차관이 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대구 내부순환로 공사비 국비 전환과 낙동강 살리기 사업, 낙후된 경북 북부 SOC 사업비 지원 등 지역 현안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던 그였다. 이명박 정권 초기 철도 전문가로 꼽히던 이승호(대구) 전 정책관과 물류해운 전문가인 김광재(영천) 전 정책관도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더 이상 본청에 머물지 않게 됐다.

농식품부의 경우 영양 출신의 김재수 전 차관의 빈자리가 크다. 농수산업의 경우 호남과 부산이 중심이 됐던 터라 지역 현안은 주로 김 차관이 창구 역할을 맡았으나 최근 김 전 차관이 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버팀목 하나가 빠져 버린 셈이 됐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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