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유통 곳간'이 외지 기업들에 속속 넘어가고 있다.
지역 유통가는 타지방 대도시나 다른 업종과는 달리 토종 기업들이 IMF 파고를 이겨내며 시장을 지켜냈지만 최근 몇 년간 외지 자본의 잠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
지역 경제계는 "대구 유통망을 장악한 외지 기업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거둬들이는 매출액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유통은 지역 경제에 있어 돈이 도는 모세혈관과 같아 자본 유출에 따른 지역 경제 악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 유통시장은 대형마트의 경쟁적 진출로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이 무너졌고 백화점 업계 또한 롯데와 현대에 이어 신세계 진출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아울렛도 외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지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구 최대 아울렛 업체인 모다아울렛의 경영권이 지난해 외지 기업에 넘어간 뒤 토종 아울렛인 올브랜도 내달부터 장기임대 형식을 통해 이랜드가 경영을 맡게 됐다.
올브랜은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에 2005년 문을 열었으며,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이랜드는 2010년 동아백화점과 우방랜드를 사들였고 현재 경산시 중방동 쇼핑몰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등 지역 유통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토종 기업인 모다아울렛 역시 2010년 3월 유통 분야 전문 투자기업인 KIG홀딩스에 50% 이상의 지분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개점한 모다아울렛은 매년 20∼3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국 2위 매출을 올린 중견업체다.
지역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아울렛은 그나마 지역 기업들이 지켜온 시장이었지만 이마저도 외지 기업들에 넘어가고 있어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향토 기업이 지켜온 백화점 업계도 외지 기업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백화점만이 유일하게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외지 거대 자본에 맞서 시장을 지키고 있지만 신세계가 2014년에는 동대구역사에 백화점을 개점하면 대구백화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개점에도 대구백화점이 매출 면에서 선방을 하고 있지만 대백프라자와 상권이 겹치는 신세계가 문을 열면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미 지역 시장을 장악한 대형마트의 시장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97년 지역 대형마트 1호점인 홈플러스 대구점이 문을 연 이후 대형마트 수는 20여 개로 확대됐고 향후 3, 4개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문제는 대구 유통 시장이 외지 자본에 넘어가면서 지역의 고용, 자본 등의 빨대 효과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대형소매점(백화점'대형마트)의 연도별 매출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사가 시작된 2005년 2조6천607억원이던 대형소매점의 연간 매출이 2011년에는 11월까지 3조768억7천만원을 기록해 6년 사이 15.6% 이상 커졌다.
전통 상권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0년 전통시장의 시장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4천980만원으로 2004년 6천352만원에 비해 30%가까이 줄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개점에 따른 고용은 약 1만8천800명이지만 같은 기간 전통시장 고용감소는 약 2만6천여 명에 달해 7천 명이 넘는 실직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외지 유통 기업의 지역 기여도는 쥐꼬리만 하다.
대구시가 대형마트 17곳을 대상으로 지역 기여도(2010년 기준)를 조사한 결과 이마트가 지역 은행에 예치한 평균 잔액은 7억원, 홈플러스는 1천만원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대구에서 각각 6천651억원과 6천34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평균 잔액이 매출액의 0.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대구시는 "대형마트의 매출액 가운데 직원 임금과 지역 기업 납품금액, 지역 은행 예치금 등을 뺀 연간 7천억원가량이 역외로 유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백화점과 아울렛 시장의 역외 자금 유출 규모를 합치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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