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버스' 참가자 신상 턴 경찰

이름 주소 연락처 주민번호 금융거래까지 무차별 수집

경찰이 지난해 7월 부산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한'희망버스'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만(가명'41'대구시 달서구) 씨는 최근 한 거래은행이 보낸 우편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금융거래 정보제공 사실 통보서'라는 이름의 우편물 문서에는 박 씨의 인적사항과 금융정보가 지난해 7월 14일자로 부산 영도경찰서에 제공됐다고 적혀 있었다.

당황한 박 씨는 지난해 여름 부산에 간 적이 있는지 한참을 생각하다가'희망버스'를 떠올렸다. 7월 9∼10일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에 간 것이 생각났다.

박 씨는"범죄자 취급하듯 은행계좌와 개인정보를 뒤졌다는 사실에 화가 치민다. 부산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이 없는 데도 무슨 근거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은행이 경찰에 정보를 제공한 지 6개월이나 지나 알려왔다는 것도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 외에도 대구권에서 부산 영도경찰서가 은행계좌를 통해 개인 인적사항과 거래정보를 수집한 사례는 현재까지 8건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단체 활동가뿐만 아니라 직장인, 대학생 등 일반 시민들도 포함돼 있다.

1명은 참가비를 입금하고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았는데도'금융거래 정보제공 통보서'를 받아 경찰이 시위 참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계좌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통보서를 받은 시민들은 대부분 인터넷 카페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희망버스' 행사를 알게 돼 참여했다.

이에 대해 부산 영도경찰서 지능범죄팀 관계자는"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영장을 발부받고 은행 측의 협조를 받아 희망버스 참가비 모금 계좌를 통해 인적사항을 추적했다. 희망버스를 타고 행사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수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은행에 따르면 참가비 모금자의 계좌 거래내역과 함께 입금한 참가자들의 이름, 주소, 연락처, 주민번호가 경찰에 제공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은 부산의 파업 현장에 참여했는지 또 불법행위를 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통장 거래내역과 인적사항을 수집했다"며 "순수한 의도에서 참가한 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수사한, 사실상의 민간사찰이다"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경찰이 광범위하게 단순히 참가한 시민들의 금융정보까지 들여다본 것은 분명 과잉 수사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 희망버스 주최 측은'금융정보 제공 통지서'를 받은 사례를 수집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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