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주요 대학들이 이달 들어 새학기 등록금 인하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생색 내기식' 인하에 그쳐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경북대가 최근 5% 인하를 결정한 가운데 대형 사립대학들이 2~3%대 인하를 결정하거나 고심 중이어서 등록금을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록금을 인하한 전국 107개 대학 중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 곳은 서울시립대 단 한 곳으로 이 대학은 서울시 예산 182억원을 지원받았다. 지역에선 경북대가 5%,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가 3% 인하를 결정했고 영남대와 계명대는 최종 결정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등록금 부담을 5%가량 내리겠다고 밝힌 것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일부 사립대에서는 등록금 인하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영남대 총학생회는 학교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부터 '2012학년도 영남대 등록금 인하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으며 500여 명의 학생이 이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2년간 받은 학자금 대출이 2천만원 가까이 된다는 영남대 건축학부 2학년 홍모(21'여) 씨는 "1학기 등록금이 500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매학기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결국 택한 것이 학자금 대출"이라며 "학기 중에 내야 하는 대출 이자는 부모님이 대신 내주고 있지만 앞으로 졸업하면 내가 원금을 상환해야 할 것 아니냐. 우리 학교 등록금 3~5% 내린다고 해도 20만원 안팎인데 앞으로 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생색내기식 등록금 인하에 예체능 계열 대학생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지역 사립대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하는 이모(26'여) 씨는 등록금 부담 때문에 매학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음대 특성상 악기 관리비부터 각종 연주회 준비 비용까지 부수적인 돈이 더 많이 들어 한 학기 5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 씨는 "첼로 줄을 한 번 갈 때마다 비용이 수십만원이 나가는 등 음대생들은 타 단과대학생들에 비해 돈이 더 많이 든다"며 "집에 손 벌리기도 미안해 중고등학생들에게 첼로 레슨을 해 생활비를 벌어 쓴다. 등록금이 딱 10%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학생들이 대출한 금액이 평균 1천만원이 넘는다는 조사도 나왔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대학생 690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63.6%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었으며 총 대출 금액은 1인당 평균 1천353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기록한 평균 1천97만원보다 256만원 높아진 수치다.
정부의 재정지원 없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대학생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건구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정부가 대학에 별도의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한 등록금 50% 인하는 불가능하다. 서울시립대도 서울시 재정으로 반값 등록금이 가능했던 것 아니냐"며 "진짜 등록금이 낮아질 것이라고 믿고 기다린 학생들을 정부가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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