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통렬한 자기반성 필요한 한국의 재벌

재벌 2, 3세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골목 업종'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씨가 운영하는 호텔 신라가 제과'커피 사업에서 손 떼기로 했고 LG그룹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운영하는 아워홈도 순대'청국장 소매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2, 3세들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 실태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이다.

자못 대승적인 체하지만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감동은커녕 권력에는 한없이 비굴한 그 모습에 국민은 조소를 보낸다. 골목 산업 진출은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하지 말았어야 했다. 여론이 그렇게 질타를 해도 꿈쩍도 않다가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 그제야 움직이는 재벌의 모습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재벌이 커피숍, 빵집, 떡볶이에 순대 장사까지 하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다.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망각한 탓이다. 기업가 정신의 요체는 도전 정신과 창의성이다. 이것이 사라지면 그것은 기업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기생충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지만 대기업이라면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것은 한국의 재벌이 아직도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골목 업종'에서 철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골목 업종까지 손대려는 발상이 나올 수 있었던 그 천민자본주의적 사고 구조 자체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왜 '반재벌' 정서가 급속도로 퍼져가고 여야 가리지 않고 재벌 개혁을 벼르고 있는지 재벌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빈대 미워 초가삼간 태우는 게 어리석은 짓이지만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게 지금 국민의 심정이다. 그 빈대란 바로 재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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