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시중 방통위장 전격사퇴 'MB시대 퇴조' 도화선 되나

이상득·박희태 등 실세 흔들…6인회 와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전격 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던 '6인회'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최 위원장의 중도낙마는 '이명박 시대 퇴조'의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시대가 끝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전격적으로 사퇴한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려 온 최측근 인사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한 후견 그룹 '6인회'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 멤버였다.

이들 '개국 공신'은 현 정부 출범 후 당 대표와 국회의장, 방송통신위원장, 특임장관 등의 요직을 맡아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실세 중의 실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대통령과 동향(포항)인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2년부터 거침없는 정치적 조언을 해온 최측근으로 초대 방통위원장을 맡아 미디어법 처리와 종합편성채널 출범 등을 주도하면서 야당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육체적 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한다"며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하고는 회견장을 떠났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뒀지만 자신의 측근이었던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미디어법 처리 직후 정 전 보좌역이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 위원장의 중도사퇴는 정치권에 '6인회'의 와해 이상의 정치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전 국회부의장은 앞서 자신의 보좌관이 구속되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사면초가에 처한 박 의장은 자진사퇴 압박 속에서도 버티고 있지만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났다. 이런 마당에 최 위원장의 사퇴는 사실상 6인회의 몰락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와 더불어 6인회의 '파산'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임기말 레임덕 현상 가속화를 재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B의 한나라당 탈당 논란을 재점화시키는 재료로도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등 여권 내부에서는 무엇보다 이들 실세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회의장이나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사퇴하더라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이 직접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켜 개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한나라당에도 4'11 총선을 앞두고 부담스러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진행형인 카메룬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CNK 주가 조작 사건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악재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우리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다음 정권에 바통을 넘겨줘야 국가 발전이 쉬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며 공직기강 확립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등 국정 운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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