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술이 있었네/김학민 지음/서해문집 펴냄
인류 역사상 술만큼 논쟁적인 먹을거리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을 봉양하고 제사를 받드는 데 술 이상 좋은 것은 없다'(이익'성호사설)라고 불린 반면, 취하게 하여 정신을 흐리게 하며, 몸을 해치고 가산을 탕진하게 하는 '광약'(狂藥)으로 폄훼되기도 했다.
이 책은 술의 기원과 술의 여러 가지 얼굴, 역사, 종교, 의식에서 술의 신비한 역할, 공동체 사회에서 일상화된 술의 모습, 빈곤과 타락의 행렬 가운데에 자리한 술의 얼굴, 술집, 안주 이야기 등 술자리에서 누구나 귀를 쫑긋 세우며 들을 만한 재미있는 술 이야기들을 술자리의 구수한 입담처럼 술술 풀어낸다. 우리 시대의 '술 문화 답사기'라 할 만하다.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 술을 즐겨 마셔 왔으며, 문명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술 제조법과 음주 방식, 음주 예절, 그리고 술과 관련한 숱한 도구들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민족에 따라 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그 하나는 술을 음식의 일종으로 대하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술을 술 자체로, 곧 기호품으로 여기는 인간들이다. - '술, 음식인가, 기호품인가' 중에서
또 저자는 폭탄주를 '군사 문화적'이라 규정하고 있다. 개인의 주량이나 선호도를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줄이어 마셔야 하니, 이게 군사 문화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또 상명하복의 군사 문화가 팽배한 군대와 검찰 등에 폭탄주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에서도 그 인과관계를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폭탄주는 이라크전에서 확인된 미국의 고성능 폭탄의 개발 속도와 같이, 맥주잔에 양주잔을 떨어뜨리는 전통적 제조방식에서 진일보해 '신제품'의 개발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다고 덧붙였다. 332쪽, 1만5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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