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를 잠가도 난방비가 몇 십만원씩 나와요."
이번 겨울 주부 조수현(가명'33) 씨는 거주하고 있는 59㎡(약 18평) 소형 아파트의 난방밸브 3개 중 2개를 잠그고 지냈다. 난방비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12월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화들짝 놀랐다. 무려 30만원이 넘는 난방비가 청구됐기 때문이다. 조 씨는 "이웃주민들이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아낀다고 작은 방만 난방을 해도 이러니 이번 달엔 아예 밸브를 잠그고 전기장판에 의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밸브까지 잠갔는데 난방비 폭탄을 맞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유량계라고 불리는 난방수 계량기.
지역난방 공동주택에서 난방계량기로 사용되는 유량계는 난방의 유량만 측정이 가능해 입주자가 실제 사용한 열량과 차이가 발생해 측정이 부정확하고 난방비가 과다하게 부과된다. 밸브를 잠그면 수압과 유속이 빨라지기 때문에 밸브 3개 중 2개를 잠가도 유량계가 측정하는 유량은 3분의 1 이상으로 나오는 것이다.
조 씨의 아파트에도 중앙난방을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하면서 유량계를 설치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과도한 난방비를 내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방 하나에 펌프가 보내주는 힘이 집중돼 배관 하나에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물이 흐르게 된다"며 "메인 밸브를 잠가 난방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유량계에 측정되는 난방사용량은 줄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10년 동안 난방수 유량계 시공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때문에 이 10년 사이에 새로 짓거나 지역난방 공사를 한 아파트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량계를 설치한 곳이 많다.
주부 한은수(29) 씨는 "주부들 사이에 난방을 할 때는 방 하나를 하거나 전체를 하거나 난방비가 똑같이 나온다는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생각보다 유량계를 이용하고 있는 가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내 온도에 따라 밸브가 자동 조절되는 열량계를 이용하면 난방수 사용을 40%까지 절감할 수 있다.
만약 난방비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의심이 들면 자신의 집 계량기가 유량계인지 열량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확인하고 유량계를 열량계로 바꾸면 난방비 폭탄을 피할 수 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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