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차이가 심할 경우 흔히 '화장발'이라는 표현을 쓴다. 일종의 놀림이나 비아냥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화장발'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 하나의 능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화장'(化粧)의 역할이 바로 예쁘게 꾸며주는 것인데, 그 본연의 역할을 최고로 충실하게 다했다는 의미인 것이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동안(童顔)이나 예뻐 보이는 비결로 '화장발'을 꼽아 '망언'으로 회자되기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수준을 넘어 성형 수준까지 달라 보이게 만든다는 화장발, 예뻐 보이는 것도 좋지만 페이스오프(face-off) 수준의 얼굴 바꾸기는 '속았다'는 배신감마저 들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의 화장발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
◆화장으로 성형한다(?), 기적의 화장술
지난해 인터넷에서는 중국의 한 여성이 '기적의 화장술'로 주목받았다. 사진 속 중국 여성은 작은 눈에다 납작한 코, 큰 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메이크업을 마친 후에는 두 배 이상 커진 눈에다 오똑한 코,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 등 같은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미녀로 변신한 모습이었던 것.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살고 있는 쑨니(24)라는 여성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을 통해 이 같은 비포-애프터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매월 평균 1만위안(약 18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 후 SBS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스타킹'에는 화장 성형의 달인들이 등장했다. '가양동 러블리걸'이라 불리는 권미정 씨와 '이천 구하라'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연경 씨가 출연해 그들의 비법을 공개한 것. 이들은 화장기 없이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해 "대체 누구냐?"는 반응을 불러 일으켰지만 메이크업이 하나하나 더해지면서 연예인급의 미모로 변신해 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화장으로 성형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해서 '화장 성형'이라고 불리는 기적의 화장술은 여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마법과도 같은 기술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크고 반짝이는 눈망울과 오똑한 코, 생기있게 빛나는 피부, 앵두 같은 입술을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늘 마음과 달리 화장을 해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 김진화(27) 씨는 "잡지나 각종 인터넷 블로그 등에 소개되는 화장법을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지만 내가 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강소윤(22) 씨 역시 "좀 더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에 각 브랜드들이 내놓는 새로운 제품들을 사모으기 바쁘지만 결국에는 내 습관대로 화장을 하다 보니 별반 달라지는 게 없더라"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여성이 좀 더 유능하고 프로답게 보이고 싶다면 화장을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낸시 엣코프 박사 팀이 268명을 대상으로 20~50세 여성 25명의 얼굴을 보여주고 개인적 호감과 매력도를 평가한 결과, 참가자들은 화장을 더 많이 한 얼굴일수록 더 유능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여긴 것. 엣코프 박사는 "20, 30년 전 여성들이 화장을 하고 차려입는 것은 남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오늘날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주목적"이라면서 "이 같은 인식의 변화가 결과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화장발을 보는 남성의 시선
화장이라고 다 같은 화장은 아니다. 남성들은 흔히 여성을 두고 20대가 하면 '화장'이지만 30대가 하면 '분장', 40대가 하면 '변장', 50대가 하면 '위장', 60대가 하면 '포장'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무리 화장으로 덧발라도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꼬집은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남성들이 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젊고 잘 가꾼 외모의 여성이다.
남성들의 '화장발'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쨌거나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도를 지나친 화장은 '사기'라며 속은 기분이라고 말을 하는 남성들도 있다.
김태준(31) 씨는 "화장 안 하고 못생긴 여자보다, 화장해서 예쁜 여자가 좋은 것 아니겠냐"며 "화장을 해서 마치 연예인과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여성이라면 최소한 같이 다닐 때 부끄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하니 꺼릴 게 없다"고 했다. 이민호(34) 씨 역시 "성형수술 하는 여성들도 많은데 화장으로 빛나는 외모를 만들겠다는 노력은 오히려 더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고 웃었다.
하지만 박정훈(29) 씨는 "화장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지나치면 보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화장을 넘어 변장 수준의 메이크업은 거부감마저 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상당수 남성들이 화장발, 조명발, 사진발에 주의해야 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준표(22) 씨는 "사실 화장 진한 여자는 억세 보여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너무 진한 화장을 하는 여성은 싫다"고 했다.
이런 남성들의 반응에는 이중적 심리가 숨어 있다.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여자,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피부지만 윤기가 좔좔 흐르는 광택피부의 상반된 이미지를 한꺼번에 원하는 것이 바로 남성들의 심리인 것. 그래서 '생얼'보다는 화장한 얼굴이 예뻐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짙은 화장에 여성적인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는 화장에 은은하게 풍기는 비누나 샴푸 향기에 더 끌리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들에게 화장이란?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여성의 본능이다. 이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여자의 화장을 이성에게 예쁘게 보이고 유혹하기 위한 측면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성에게 있어 화장은 자신을 가꾸는 행위로 자기만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누군가 화장은 '치유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매일 반복되는 메이크업, 일상적인 아침 메이크업 시간은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는 기쁨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조민영(26) 씨는 "곱게 화장을 하고 있으면 내 자신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다"며 "반면에 화장을 하지 않고 밖에 나가면 왠지 조금은 주눅들고 당당하지 못한 기분이 들어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자신감과 화장을 연결짓는 경우도 흔하다. 화장은 불안감과 자기현시욕, 동화(同化)욕구에 비례하고, 사회적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감, 자존감에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홍지은(26) 씨는 "화장하는 순간 자신감이 충만 되는 기분이 든다"며 "그런 느낌 때문인지 화장이 잘 받으면 그날 일도 술술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은 많은 이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대구백화점 메이크업포에버 이보배 매니저는 "화장을 하기 전과 후의 고객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보면 한결 당당해지고 자신감에 찬 느낌을 받는다"며 "그런 변화를 볼 때마다 화장을 해 주는 직업에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결국 화장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아름다워지는 변화의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적 변화가 또 한 번 여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포는 큰 손상을 입게 돼 노화가 빨라지고,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는 노화가 지연된다고 한다. 또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 뇌에서 분비되는 베타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이 피부표피세포의 재생을 활성화하며,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화장 성형, 나도 시도해봐?
'화장 성형'으로 불리는 변신의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간과 금전적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각종 화장품들을 골고루 구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발라 최상의 수준으로 표현해내야 하는 것. 여기에다 화장법에 대한 연구도 필수다. 투입 없이는 산출이 없는 것처럼 투자한 만큼 미모로 보상받는 것이 화장의 룰이다.
대구백화점 메이크업포에버 이보배 매니저는 "큼지막한 눈망울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라이너와 긴 속눈썹"이라며 "아이라이너는 눈매를 또렷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눈 점막까지 꼼꼼하게 메워주는 것이며, 긴 속눈썹이야말로 눈을 커 보이게 하는데 필수이기 때문에 뷰러와 마스카라, 그리고 필요하다면 인조 속눈썹을 이용해도 좋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성형수술로 앞트임 뒤트임(눈 부위 성형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한결 시원한 눈매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장 성형'은 기적의 화장술을 구사하는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가능한 변신이라는 말이다.
여기에다 또 하나 강조되는 것이 볼터치와 하이라이터다. 이 매니저는 "볼터치를 부담스럽게 생각해 생략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볼터치는 얼굴을 생기있고 입체감 있게 보이게 하는 기본적인 화장술"이라며 "여기에다 빼놓아선 안 될 짝궁 궁합이 바로 하이라이터"라고 강조했다. 하이라이터를 통해 눈 아래(볼 위쪽) 부분만 터치를 해줘도 얼굴이 한결 탱탱해 보이는 '동안'이 표현된다는 것.
결국 화장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단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보완하는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볼록하게 보이고 싶은 부분은 하이라이터로 부각시키고, 깎아내고 싶은 부분은 어두운 톤으로 발라줘 입체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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