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29일 오후 2시 30분

에블린은 군것질로 나날이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푸는 가정주부다. 남편 에드는 그녀를 매우 무시하고, 매주 한 차례씩 친척을 만나러 요양원에 가면서도 친척이 에블린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방 안에 들이지 않는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요양원 방 밖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중 에블린은 '니니'라는 깡말랐지만 쾌활한 노파를 만나게 된다. 몇 주에 걸쳐 니니는 에블린에게 친척 '잇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1920년대, 매우 독립적인 여성이었던 잇지는 남부의 휘슬스톱이라는 마을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한다. 잇지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루스는 폭력적인 남편을 만나 엄청난 고생을 하며 산다. 보다 못한 잇지는 루스에게 일자리를 주고 휘슬스톱에 정착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자꾸 주위에서 얼씬거리는 루스의 남편 프랭크와 맞선다. 프랭크와의 갈등도 모자라, 흑인들을 카페 뒷문에서 손님으로 받으면서 잇지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프랭크가 홀연히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잇지와 루스 일행이 그를 없앴다는 의심을 한다. 매주 니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블린은 조금씩 자존감을 찾고, 남편에게서 독립할 힘을 얻게 된다.

패니 플래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여성들의 삶을 주제로 삼고 있다. 단순히 여성들의 애환을 그리고 거기서 위로를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삶을 살 것을 호소한다. 홀로 가게를 꾸려나가며 친구 루스를 보호하고, 바지를 입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서 당시에는 당연한 상식에 가까웠던 흑인 차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음식을 서빙하는 잇지의 독립성이 이 영화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잇지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은 폭력 남편에게 시달리는 친구 루스와의 관계, 그리고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사는 현재의 에블린과 과거의 잇지가 맞물려 더더욱 극대화된다. 결국 루스와 에블린도 잇지의 영향을 받아 무기력하고 나약한 성격에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자존감 있는 자세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내적 성장을 통해 영화는 현실과 사회제도의 굴레에 갇혀 스스로를 잃고 있는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주제나 그 안에 깃든 여러 가지 소재들이 그다지 가볍지 않음에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경쾌한 페이스를 유지한다. 잇지 역의 메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이나 에블린 역의 캐시 베이츠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며, 특히 에블린에게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니니 역의 제시카 탠디는 더없이 흥미롭고 힘 있는 스토리텔러다. 러닝타임 130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