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대구 수성구 범어지하도에 가면 실제 미국의 상점가처럼 꾸민 곳에서 음식과 차를 마시며 원어민과 대화도 할 수 있는 영어체험 공간이 탄생한다.
대구시는 2년 가까이 비어 있는 수성구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를 영어체험공간(영어거리)과 각국 문화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문화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어거리는 3월 초 개장하며 외국 문화원은 5월쯤 개원할 예정이다. 영어거리와 외국 문화원을 미리 가 본다.
◆영어거리 공간 어떻게 조성되나
범어지하상가는 범어네거리 인근의 주상복합아파트인 '두산위브더제니스'시행사인 ㈜해피하제가 대구시에 기부채납했지만, 임대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2년여간 방치돼 왔다.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영어거리는 범어네거리 지하상가 72개 중 39개 상가에 조성된다. 길이는 371m, 면적은 8천700m²(약 2천600평)이다.
영어거리 사업을 맡은 판테온대구도심영어거리㈜는 40억원을 들여 이곳을 실제 미국의 상점가처럼 꾸밀 예정이다. 2월 말까지 내부 공사를 끝낸 뒤 3월 초에 개장한다. 영어공부를 위해 인공적으로 꾸민 영어마을 방식과는 달리 실제 물건을 사고파는 커피전문점, 편의점, 옷가게 등에 원어민 점원을 배치해 일상 생활 속에서 영어를 익히고 영어권 국가 분위기를 체험토록 한다는 것.
영어거리에는 영어광장, 제과점, 문구와 완구점, 여행사, 동물병원, 의류'신발점,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편의점, 키즈카페, 화장품 가게, 안경점, 액세서리 가게 등이 들어선다.(시설배치도 참조)
또 구역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부각하도록 내부 시설 디자인을 차별화 한다. 복도에는 간판, 벤치, 가로등, 화단, 공중전화 등의 시설을 이국적인 형상으로 만들어 배치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실제 쇼핑을 하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공간은 국내에서 처음이다"며 "마치 미국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하고 영어권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판테온대구도심영어거리 측은 영어권 나라에서 연수를 하지 않고도 생생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수준에 맞춰 영어회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양한 원어민 미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 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체험장면을 참가자들에게 제공한다. 비회원도 영어거리를 방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받지 못한다.
황보진호(45) 판테온대구도심영어거리 대표는 "많은 돈이 투자되지만 초기에는 시민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분간은 이용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외국 문화원과 상승작용
대구시는 각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영어거리 맞은편 33개 상가를 조성해 영어거리와 상승 효과를 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서울주재 각국 대사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26일 서울에서 열린 범어지하상가 예술의 거리 조성사업 설명회에는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케냐, 이라크, 요르단, 에콰도르 등 24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 자국 문화원 설립 의향을 내비쳤다.
각국 대사관은 다음 달 1일 범어지하도 현장방문을 거쳐 2월 10일까지 의향서를 제출하고 5월쯤 문화원을 오픈할 예정으로 있다.
대구시는 범어지하도에 각국 문화원이나 문화관을 세워 글로벌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화원 설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각국 대사관은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대구경북권 거주 자국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국가별 특색있는 전통문화를 전시하고 교육하며 주기적으로 대륙별 문화의 날, 특정 국가의 날을 정해 공연, 전시, 각종 행사를 한다는 데 대구시와 각국 대사관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외국 문화원이 설립되면 내외국인들의 출입이 많아져 영어거리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대구시와 판테온대구도심영어거리 관계자는 "영어거리와 문화원 설립에 대해 부산 등 외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범어지하상가 영어거리, 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이 끝나면 대구의 글로벌 교류와 도시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반겼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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