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하나만 있다면 충분히 회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씨아이에스㈜ 김수하(45) 대표는 기술이 가진 무한한 힘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라 믿고 있다. 또 그러한 기술을 살리는 데에는 '협력'이 필수 요소라고 믿으며 10년간 회사를 운영해왔다.
김 대표는 1987년 현재의 벡셀이 서통의 자회사로 있을 당시 전지분야에서 근무했다. 15년간 회사에 몸을 담으면서 김 대표는 설비기술팀장으로 국내 최초 리튬이온전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2차전지 분야의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그러한 그가 회사를 뛰쳐나와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2년 불어닥친 구조조정 때문이었다. 벡셀이 전지전문회사로 전환하면서 시작된 구조조정에서 팀장이던 김 대표는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는 일을 차마 자신의 손으로 할 수 없어 스스로 회사를 나왔다. 그는 "함께 일해온 동료를 버리는 일이 올바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때 구조조정을 보면서 나는 항상 직원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나온 김 대표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전문가로서 미래 전지분야가 가지는 잠재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회사를 나와 나의 사업을 시작했다"며 "또 전 회사에 다니면서 설비를 해외에 수출하는 등 지금 사업과 유사한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는 데에는 든든한 동료도 옆에 있었다. 전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이 씨아이에스를 설립하는 데 함께한 것. 유선준 이사는 창립멤버로 지금까지 회사와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같이 해보겠느냐는 말에 선뜻 나서줘서 고마웠다"며 "둘밖에 없었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설립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설립 초기 국내 대기업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조업체로부터 납품실적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제품공급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둘밖에 없는 회사와 누가 계약을 하려 하겠느냐"며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생각한 방법은 '작은 것'부터였다. 처음부터 규모가 큰 제품을 만들기보다 작은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기로 한 것. 마침 기회도 찾아왔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전지분야에 뛰어들면서 일본산 설비를 도입해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2년 가까이 일본제품 개선 작업에 참여했다"며 "일본회사는 설비를 조금 바꾸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에게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반응도 좋았다. 15년간 쌓아온 노하우 덕분에 국내 실정에 맞게 먼저 제안까지 할 정도였다. 국산 장비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생겼다. 삼성SDI와 LG화학이 국산 장비 도입을 검토하면서 또다시 기회를 맞이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회사의 성장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삼성SDI와 LG화학과의 거래에서 성과를 내면서 두 회사가 우리에게 감사패를 줄 정도로 회사의 신뢰가 커졌다"고 밝혔다.
점차 회사가 성장하면서 김 대표는 회사 이전을 검토했다. 새로운 공장이 필요했지만 지역의 부지 가격이 비싸고 넉넉한 공간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김 대표는 "경기도 지역으로 회사를 옮길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결국 대구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대구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직원들 때문이다. 회사를 타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직원의 30%가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결론이 나면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우리만 할 수 있는 분야를 갖춘 것은 지금의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이들과 어떻게 떨어지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회사를 키우는 데는 '협력'이라는 선택도 한몫했다. 그는 "10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항상 매출의 일정액을 지역으로 환원했다"며 "부품 구입 역시 지역업체를 통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50억원의 매출 중 200억원 가까이 지역에 재투자하는 등 협력을 실천해 왔다.
협력 경영의 또 다른 부분은 바로 현금결제다. 하청업체와 계약에서 어음을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현금을 지급해 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신뢰를 쌓아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김 대표는 "하청업체들도 우리 회사의 한 부서라 할 수 있다"며 "이들과 협력하면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하청업체도 우리에겐 또 다른 고객이다"며 "직원을 위해 지역에 남는 것처럼 하청업체들과도 끝까지 신뢰를 유지하며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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