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ith 라이온즈 열정의 30년] (27)거물 신인들의 등장

불세출 영웅 '93 동기' 새바람

1997년 올스타전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1993년 입단 동기 양준혁과 이종범. 삼성 라이온즈 제공
1997년 올스타전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1993년 입단 동기 양준혁과 이종범. 삼성 라이온즈 제공

최다홈런(351개), 최다안타(2천318개) 등 타격 부문 9개의 신기록에다 통산타율 0.316, 네 차례의 타격왕에 빛나는 '양신' 양준혁. 왼손 투수로 최초의 20승(1995년)을 거둔 야생마 이상훈. '대성불패'(臺晟不敗)의 신화를 쓴 일본킬러 구대성. 1천14경기 연속출장의 '철인' 최태원.'바람의 아들' 이종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내 프로야구사(史)에 굵직한 획을 그을 만큼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이면서 모두 1993년 프로 유니폼을 입은 '프로 동기'라는 점이다. 매년 '최고'를 꿈꾸며 내로라하는 고교 또는 대학 선수들이 프로에 도전하지만, 아마도 1993년처럼 거물급 신인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적은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93 동기'는 아마추어 때의 명성을 프로에서도 그대로 이어간 최고의 '우등생 그룹'으로 기억되고 있다.

1992년 11월, 대졸 유망주들을 놓고 저울질을 거듭해온 프로야구 각 구단은 '93 대졸 신인 1차 지명' 마지막 날 그동안 고심한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크게 머리가 아플 일은 없었다. 연고지마다 씨알 굵은 신인들이 비교적 풍성했고, 대부분 구단은 지명 선수를 이미 결정해놓은 상태였다.

삼성은 1993년 7월 상무를 제대하는 거포 양준혁을 지명, 신임 우용득 체제의 대표주자로 키우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양준혁의 삼성 입단은 그 전해부터 기정사실로 된 일이었다. 1992년 양준혁은 삼성 입단이 유력했지만, 삼성이 투수 김태한을 지명하면서, 본의 아니게 쌍방울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자 양준혁은 "삼성 이외의 팀엔 가지 않겠다"며 상무로 발길을 돌렸다. 그의 부친 양철식 씨는 "당시 OB나 쌍방울에서 거액의 몸값을 제시했지만 1년 뒤 1차 지명하겠다는 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여 입단을 늦췄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프로 데뷔 이전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했다. 1988년 영남대 1학년 때 대학선수권대회에서 타율 0.545로 타격왕에 올랐고, 1989년 대학 추계리그에선 도루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돼 '양신'으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1993년 2월 양준혁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이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빙그레는 한양대 구대성, 태평양은 단국대 김홍집을 지명했다. LG가 고려대 이상훈을 선택하면서 함께 대학 마운드를 주름잡던 왼손투수 삼총사는 나란히 프로의 출발선상에 서게 됐다.

구대성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시속 148㎞의 강속구를 뿌리며 국가대표 주전투수로 활약했고, 김홍집은 면도날 같은 제구력과 두뇌 투구로 1992년 30이닝 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운 투수였다. 서울 연고구단인 OB와 LG가 치열한 전쟁을 벌인 이상훈은 대학야구선수권대회서 14연속 탈삼진에다 18타자 중 17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괴력의 투수였다.

해태가 지명한 이종범 역시 강한 어깨와 빠른 발, 호쾌한 타격의 3박자를 갖춰 김재박, 류중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유격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이강철, 이태일, 한희민, 박정현 등과 함께 언더핸드스로 전성기를 이끈 박충식과 2002년 10승2세이브로 오봉옥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승률 100%를 기록한 김현욱이 1993년 새내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똘똘한 신인 풍년으로 기록된 그해, 삼성 양준혁은 신인으로서 1983년 장효조에 이어 두 번째로 타격왕에 올랐고, 해태 이종범은 신인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두 번째 주인공(첫 번째는 1986년 해태 김정수)이 됐다.

OB 김경원은 32세이브로 선동열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고, 1.11의 평균자책점으로 신인 최저 평균자책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 박충식은 14승을 따내 신인 최다승과 팀 내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LG 이상훈은 후반기 페이스 조절 실패로 9승9패에 머물렀으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안타 선발승을 거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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