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故 채문식 전 국회의장 흉상 추진

시민단체 "역사 평가 엇갈려 혈세 낭비"

문경시가 시비 2억원으로 2년 전 작고한 고(故) 채문식 전 국회의장의 흉상을 도심에 건립하기로 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문경시는 30일 "6선 국회의원과 여당대표, 국회의장 등을 역임한 고 채문식 흉상건립사업에 착수했다. 건립장소는 도심 중앙공원내 문경시민문화회관과 중앙도서관 사이로 확정했으며, 고인의 별세 2주년인 오는 6월 26일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채 전 의장은 문경 출신으로 박정희 정권에서는 야당인 신민당 의원이었으나,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한 전력으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인물이다.

흉상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신군부 쿠데타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인물의 흉상을 학생들이 자주찾는 문화회관과 도서관 앞에 세운다면 이들의 역사관에 혼란을 줄수 있다"며 "아무리 자치행정이지만 문경시가 역사의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시민단체 대표 김모(58) 씨는 "저명인사 흉상 등의 건립은 그 인물에 대한 사회적 조명과 역사적 검증작업을 거친 뒤 추진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동의 없는 이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0년 신군부 정권에 맞서 야권 정치 일선에 서 있었던 한 인사는 "당시 채 씨는 YS계 야권 국회의원으로서 다선 정치인임에는 틀림없으나 신군부의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민주화 동지들과 결별한 뒤 그들이 만든 국보위에 합류해 쿠데타 정권의 정통성을 강변했던 인물이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화시대에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의 흉상을 문경시가 건립하는 것은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다"고 말했다.

신영국(전 국회의원) 문경대학 총장은 "흉상은 영구적인 시설로 몇 사람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 찬반 여론조사 등을 거쳐 명분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박인원 전 문경시장도 "저명인사의 흉상 건립은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며 "시민 혈세로 추진되는 만큼 시민들의 동의를 받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채 전 의장이 20대 청년시절 문경군수를 역임하는 등 지역에 기여한 바도 크다고 판단해 흉상을 건립하기로 했다"며 "지역 각계의 여론을 더 수렴한 뒤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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