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깊은 고민은 '총선 대비 쇄신'에 무게를 두느냐, '대선 대비 안정'을 유지하느냐가 두 축이다.
총선 승리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 책임있는 인사들에 대한 '솎아내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다. 하지만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교체 대상으로 낙인된 현역 의원들의 도움이 누구보다 절실해진다. 정치 신인보다는 중진 현역의 힘이 더 크게 발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반된 두 가지 선택을 두고 박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내 인사로 친박 성향인 김세연 비대위원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이토록 국민의 불신을 받게 한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주실 때가 됐다"며 "비대위가 그간 국민의 기대에 못미쳤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최연소 의원인 김 비대위원은 비대위 활동이 자발적인 내부 쇄신이 없어 표류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이다.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이상돈 비대위원 등 외부영입 인사 일부가 'MB 측근, 실세 용퇴' '전 지도부 물갈이' 등을 언급했을 때만해도 박 비대위원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비켜가면서 숙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부 인사가 다시 강한 인적쇄신을 촉구하면서 박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다시 한 번 선택을 종용받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3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당을 이 상황으로 이끌어온 데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분들은 책임질 각오를 하는 게 가장 온당하다"고 재차 밝혔다. 그는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얘기인데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며 "국민이 생각할 때 166석이나 되는 정당이 이런 상황까지 도래한 것은 굉장히 한심한 상황인데 (책임을 져야 하는) 본인들이 얘기를 안하니 다른 사람들이 (용퇴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이상 박 비대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비켜가지 말라는 충고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김 비대위원은 또 "한나라당이 여러 문제를 자인해 비대위를 만들었다면 정상적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비대위가 일하려 하면 자꾸 제동을 건다"고 했고, 나아가 "박 위원장의 경우 당 화합도 생각해야 하므로 과감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는데 결국 '과감성 없이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수 없다'는 의견에 따르지 않겠느냐"고 압박을 강화하기도 했다.
여권이 분열되지 않는 선에서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박 위원장으로서는 공천심사위 구성에서 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는데 소란스럽기만 하고 성과가 없다는 평가도 받아선 안된다"며 "쇄신하려다 적진만 유리하게 하는 수를 둬서는 안되기 때문에 공천 전권을 위임할 공심위원장 인선에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예정됐던 공심위 구성은 다음달 초로 연기됐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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