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사무실 임대료↑, 특수? 바가지?

총선 후보 명당 잡기 경쟁…대로변 평소의 3, 4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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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선거 명당자리로 통하는 주요 대로변이나 교차로 등의 건물 임대료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 후보나 인물과 관계없음.

총선 예비후보 A씨는 이달 초 선거 사무실을 구하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성구 범어동 달구벌대로변 건물 한 칸(264㎡)을 3개월간 빌리는 데 건물주가 2천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생각한 것보다 임차료가 너무 비쌌다"고 말했다. 결국 점찍은 장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4'11 총선을 앞두고 건물 임대료가 들썩이고 있다. 예년 선거보다 예비 후보 출마자가 늘면서 이른바 선거 명당자리로 통하는 주요 대로변과 교차로 건물 임대료가 치솟고 있는 것.

특히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무실 벽면에만 대형 예비후보 홍보 플래카드를 내걸 수 있는 규정 탓에 선거캠프마다 후보자를 잘 알릴 수 있는 '명당' 구하기에 혈안이 되면서 임대료가 '프리미엄'과 '바가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성구 범어네거리 주변과 만촌동, 서구 7호광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교차로 지역의 월평균 임대료는 150만~200만원 안팎이지만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500만원을 훌쩍 넘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건물 임대료가 평균 3~4배 올랐다"며 "잘 내걸린 플래카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대료가 더 오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달구벌 대로변의 대형 교차로 등에는 한 건물에 여러 명의 후보자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후보자들은 물밑 작업을 통해 임대된 사무실 가로채기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성구 출마를 노리고 있는 B후보는 "몇 달간 비워져 있던 사무실을 전날 사무실 용도로 임대해 주기로 약속했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건물주가 변심했다. 더 많은 액수를 부른 후보가 나서지 않고서야 계약을 하루아침에 파기할 수 있겠느냐"며 억울해했다.

임대료 고공행진을 두고 일각에선 2010년 치러진 선거의 경험적 산물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시 선거에는 광역'기초단체장, 교육감'교육의원 등 여러 개 선거가 겹치면서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과열됐고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다.

당시 한 교육감 후보 캠프 관계자는 "2010년 선거때는 광역'기초단체와 교육감'교육의원 선거 등 8개 선거가 겹쳐 임대료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며 "후보마다 출혈경쟁이 심해 반짝 특수를 노린 건물주가 배짱을 튕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선거 사무실은 단기 임대라 다른 임대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는데다 대형 플래카드 탓에 다른 층 임대자들에게 양해나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높여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정계에 따르면 대구 11개 선거구에 예비후보자를 5명씩만 잡아도 50여 명에 이르며 예비후보등록 마감일(3월 21일)을 감안할 때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자가 여느 총선 때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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