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재벌 개혁 필요하지만 포퓰리즘 경계해야

민주통합당이 4월 총선을 겨냥, 강력한 재벌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다시 적용하고 모기업이 보유한 자회사의 주식 배당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재벌세'를 신설하며 재벌 2, 3세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모회사의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에 대해 최고 징역형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공약이 입법화되면 한국 재벌의 무한 탐식에 큰 제동이 걸릴 것이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납품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로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중소기업의 씨를 말리고 동네 빵집과 커피점은 물론 떡볶이, 순대까지 손대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재벌의 추한 자화상이다. 시장경제의 자기 규율 기능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시장이 자율 규제를 못 한다면 결국 해결 방법은 외부적인 수술밖에 없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기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재벌 규제 정책은 일정 부분 시대적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재벌 개혁에 너무 큰 강조점을 둔 나머지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재벌세를 두고 "세금은 감정이나 분위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금 재벌은 분명히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개혁에 너무 쏠린 나머지 시장경제의 근본적 전제를 훼손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민주화라는 또 다른 가치가 살아날 수 있도록 조화를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벌은 부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의 하나다. 재벌이 그런 순기능을 다하면서도 분배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발전적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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