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대구 서구가 교육을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분위기를 바꿔 도약을 꿈꾸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부교육지원청은 '서부 마중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육기부 활성화를 통한 지역 인재 육성에 나섰고 서구청은 '서구 교육정책기본계획'을 세워 올해부터 교육 분야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서부교육지원청,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
지난해 2월 서부교육지원청은 '서부 마중물 프로젝트'를 수립, 운영에 들어갔다. 마중물은 물을 퍼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 먼저 붓는 물을 뜻하는 말. 이 프로젝트는 지역 학생들을 위해 지역 출신 인사, 학부모, 기관, 기업 등이 교육기부를 하자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교육기부는 ▷진로상담, 학습지도, 특기나 취미 멘토 등 재능기부 ▷체험교실 강사, 행사 안내 도우미, 공연활동 등 봉사기부 ▷직업 체험장, 자율공부방 등 공간기부 ▷양부모나 삼촌·이모 되기, 공연 초대 등 정(情) 기부 등 네 가지. 지난 한 해 지역 초'중학교에 재능기부 529건, 공간기부 10건, 봉사기부 71건, 정기부 20건 등 모두 630건의 기부를 접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민들도 이 프로젝트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재능기부자 백은희(44'여)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 말까지 초등학교를 돌며 '옛 이야기 들려주기' 자원봉사를 했다. 3년째 중앙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추천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백 씨는 "한 번 다녀갔던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아이들이 이야기 선생님이 왔다고 반겨주니 뿌듯했다"고 했다.
박은희(43'여) 씨는 정 기부를 하고 있는 경우다. 두 딸을 키우는 박 씨는 교육지원청의 권유로 지난해 6월부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초등학생 형제와 인연을 맺었다. 가족이 외식하러 갈 때 이 형제들을 데려가거나 학용품을 사러 같이 가고 형제의 할머니와 가끔 만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 씨는 "진짜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진 못한다. 옆집 아줌마가 챙겨주는 정도일 뿐"이라면서도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이 형제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서구는 대구 다른 지역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편이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등 취약 계층 학생들도 많다. 박순해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주위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보이면 학생들은 충분히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이 지역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미래 지역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로 키우기 위해 지역 공동체가 모두 힘을 보태 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구청, 교육으로 지역 분위기 띄운다
서구청은 '교육으로 꿈을 키워가는 서구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31일 '서구 교육정책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교육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정책담당팀을 신설한 뒤 학생, 학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까지 포함한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서구청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서구교육발전위원회, 구민 상설 교육장을 만든다. 7~8월 대구시교육청에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로 서구교육발전위원회 설립을 준비 중이다. 발전위는 서구청의 교육정책에 대한 자문, 지원기구 역할을 하는 곳. 구 예산 1억원을 우선 투입하고 9월 이후 회원 모집과 후원금 모금에 들어갈 계획이다.
구민 상설 교육장은 구 청사 본관 4층의 옛 구의회 본회의장을 6월까지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이곳에서 초'중'고교생과 학부모를 위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 학부모 아카데미, 진로지도 학습 캠프 등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구체적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예산 1천만원을 투입, 9월부터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토요일을 활용해 우리나라 역사 유적지를 답사하는 역사체험교실, 진로 정보를 탐색하고 미리 체험해보는 진로체험학습과 체육교실,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도 개설할 예정이다.
7월부터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토요일 자기주도학습,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각각 8주, 3주 과정으로 진행한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해 시교육청과 협의, 토요 돌봄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5월 내로 외국학교 중 골라 자매결연을 한 뒤 중학생과 고교 1, 2학년생 20여 명을 선발해 홈스테이 방식의 교류도 추진한다.
서구청이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학부모 교육. 9, 10월 초등학생 학부모 100여 명을 대상으로 6주간 주 1회씩 자기주도학습과 인성교육 등을 주제로 '학부모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내년부터는 연간 두 차례 운영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강성호 서구청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구가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과 협력해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구청이 앞장서 활기가 넘치는 서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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