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007'의 모델 윌리엄 스테픈손

아이슬랜드계 캐나다인인 윌리엄 스테픈손은 1차 대전때 영국 공군 조종사로 참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이후 영국에서 필름, 항공 산업 등에 뛰어들어 부를 쌓은 그는 유럽 내 지사 망을 통해 독일 나치 정부의 동향과 독일군 시설 등에 관한 정보를 윈스턴 처칠에게 전달했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그는 영국 총리가 된 처칠의 밀사로 파견돼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의 교섭 창구역할을 했다. 또 뉴욕에 있는 영국 여권 발급기관의 관리로 위장 근무하면서 당시 영국의 첩보기관인 BSC(M15, M16의 전신)의 첩보원으로 활약, 미국의 참전을 이끄는 데 이바지했으며 미국의 CIA가 탄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용한 캐나다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대담한'(Intrepid)이라는 암호명으로 통한 그는 사비를 들여 후배 첩보원들을 직접 양성하기도 했다. 그가 길러낸 첩보원 중에는 나중에 '007 소설'의 작가가 된 이안 플레밍도 있었다.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007)는 현실의 스파이를 최대한 낭만적으로 그린 인물이며 실제 모델은 윌리엄 스테픈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897년생인 스테픈손은 1989년 오늘, 93세를 일기로 숨졌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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