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 뻔한 도시 디자인, 두고볼 수 없었죠"

지역 최초 아트 컨설팅사 박소영'김호진씨

박소영(오른쪽) 씨와 김호진 씨는 최근 아트컨설팅회사
박소영(오른쪽) 씨와 김호진 씨는 최근 아트컨설팅회사 'P.K Art Vision'을 열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공공디자인에 작가들의 예술적인 감각이 더해지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 중간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대구 중구 삼덕동 한 건물 지하. 곰팡이 가득했던 지하 공간에 두 명의 큐레이터가 둥지를 틀었다. 박소영(52)과 김호진(27). 두 사람은 각자의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P.K 아트 비전(Art Vision)'으로 지었다. 문화독립군 같은 두 사람은 무엇을 하는 걸까.

"전시기획과 미술작품 컨설팅, 조형물 컨설팅, 미디어 파사드 등 미술과 관련한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좀 당황스럽다. 작가가 아니면서 미술 관련 일로 돈을 버는 회사. 예술컨설팅 회사로 대구에는 처음 세워졌고, 서울에는 비슷한 종류의 회사가 세 곳 정도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을 알기 위해선 미술과 도시디자인 전반을 조금 알아야 한다.

도심 곳곳에 작가 작품인 조형물이 세워지지만 여기에는 여러 종류의 업체가 함께 일한다. 조형물 등 도시디자인 관련 입찰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실적과 자격증을 보유해야 하고, 그러자니 디자인 개념보다 단순히 '공사' 차원에서 조형물을 세우게 된다. '도로 닦는 공사'와 도시 디자인을 다루는 공사가 동급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디자인' 개념은 빠져 있어, 작가에게 주어지는 아이디어 비용은 극히 적고 제작된 조형물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흉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박 씨는 이를 두고 "그 누구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조형물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업체들과 미술작품 컨설팅도 마찬가지예요. 화랑들이 장소에 대한 고려 없이 '창고 대방출'을 하는 예가 많죠. 사실 도시 미관과 미술 컨설팅의 경우 장소성이 중요한데 그런 배려 없이 마구잡이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늘 뻔한 디자인이 도시를 장식하는 이유 중 하나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작가들로부터 '이런 일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박 씨는 작가가 소모품으로 전락한 이 시스템에서 '정당한 제작비와 기획비'로 교통정리만 해도 도시 미관이 훨씬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은 좋지만 시공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시공 후 사후관리를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으니 이런 취약한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 예술 컨설팅 회사를 차린 이유다.

이들은 전시 기획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난해 한 심의에서 서울의 한 미대 교수가, 대구에는 전시기획자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서울의 경력 없는 기획자를 불러들였죠. 이런 서울 중심주의도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박소영과 김호진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키아프 등 여러 행사를 같이 해보니 마음이 잘 맞았다. 김 씨는 그동안 갤러리분도 큐레이터, 옥션, 한국문화예술연구소 등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언젠가 '미술 관련 일로 먹고 살아보자'는 박 씨의 말을 김 씨는 기억하고 있었고,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사무실을 열었다. 둘은 곰팡이 천국이던 지하 공간을 직접 쓸고 닦아 그럴듯한 사무실로 꾸몄다.

두 사람은 팀워크가 좋아, 일이 늘 재미있다. 지난해 말 부산 메디컬 스트리트 조성에 제안서를 내, 대구 작가 두 명의 작품을 세우게 됐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활발하게 할 예정이다.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죠. 이제 도시 디자인 관련한 사업을 직접 프로포즈할 겁니다. 회색 덩어리인 지하철 환기구, 건물 외관이 작가들의 아이디어로 예술적으로 거듭난다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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