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계신 엄마는 언제나 아침식사준비로 분주하다. 공부하는 자녀들을 위해 어떤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다. 무엇보다도 필수아미노산,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균형 있게 포함되어야 하며, 비타민의 결핍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의 아침 메뉴를 선택한 뒤 엄마는 잠시 과학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선 실험재료인 식재료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이를 화학반응을 위한 용기인 뚝배기에 넣는다. 압력은 1기압이며 온도는 100℃에서 반응하는 식재료를 넣는다. 식재료의 영양소가 충분히 용매에 우러나도록 온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용매의 증발을 막기 위해 뚜껑을 닫아 원하는 염분의 농도를 유지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자녀에게 맛있는 쌀밥을 주기 위해 압력 조절이 가능한 밥솥을 이용해 꼬들꼬들한 쌀밥을 준비한다.
모든 요리가 준비된 식탁에 앉은 자녀는 음식 맛의 향연에 흠뻑 젖어 있다. 엄마의 정교한 손은 오늘도 재현성 있는 실험을 통해 같은 맛을 재현했다. 오늘의 음식은 동일한 영양소들로 구성되었고, 이는 엄마의 정성과 함께 인체 내부에 원활히 흡수되어 자녀의 건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엄마는 자녀를 위한 과학자다.
이번 강연에서는 요리가 실제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실험과 유사한 점에 바탕을 두고 흥미로운 물리'화학적 현상에 대해 소개한다. 연구실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실험장비들이 주방에서 요리 시 엄마들이 사용하는 조리도구와 일맥상통한 점을 토대로 과학실험과의 유사성을 확인하고, 실질적인 요리에서의 화학반응 예를 살펴본다.
연구자를 통한 실험 재현성은 매우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이를 위해 부피의 정확한 측정 및 온도와 압력의 정교한 제어가 필연적이다. 이와 유사하게 요리에서도 항상 동일한 맛과 영양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 숙련된 손으로 동일한 양의 식재료들을 넣는 것과 동일한 온도 및 압력 조건이 명확하게 명시된 요리 레시피가 요구되는 이유다.
옛날 어머니들은 무거운 뚜껑을 가진 솥을 사용했다. 높은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압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일종의 매우 효율적인 반응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물의 끓는점 상승효과는 쌀알이 씹히는 맛을 좋게 한다. 옛 어머니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이다.
젤리와 도토리묵 요리는 물리적 현상인 '겔화'(gelation)를 통해 가능하다. 고온에서는 졸(sol) 상태의 액체로 존재하지만,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 교차결합으로 인해 3차원 그물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높은 탄성을 가지게 됨으로써 씹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라면을 끓일 때도 흥미로운 물리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끓는점 오름 현상으로, 끓기 전에 스프를 넣음으로써 물의 끓는점보다 높은 온도에서 가열함으로써 면이 빨리 익게 되고, 스프의 향이 배어들도록 한다. 또 면을 익힐 때 식초(아세트산)를 넣을 경우 탄수화물 조직을 보다 치밀하게 하여 보다 쫄깃한 면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달걀부침의 경우 액체상태의 달걀이 고온에서 단백질 변성에 의해 구조가 선형화된 결과물이다.
요리할 때 발견되는 다양한 현상들은 당연한 것이 아닌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 현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리'화학적인 변수들을 조절하는 과정은 음식의 다양한 맛과 향을 내도록 하는 요리개발 연구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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