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어학자들이 내년 발간을 목표로 집필 중인 '겨레말큰사전'은 단절된 남북이 하나 되는 데 있어 말의 통일과 사전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남북이 뜻풀이를 분담해 집필하되 서로 내용을 검토해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전 작업의 일부 내용이 지난해 공개됐다. 그중에는 노다지란 말도 있었다. 북한 학자들은 광맥이 많이 묻혀 있는 곳이라는 뜻풀이에 '우리나라 금광을 약탈한 미국 광주놈들이 쓴 노터치(no touch)에서 유래됐다'고 붙임을 달았다. 그러나 남한 학자들의 검토에서 '서양인의 광산 개발 과정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금이나 귀한 물건을 가리키는 노다지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노터치에서 유래됐다는 설은 재미있다. 돈이나 금을 돌같이 보라는 말 같기도 하고 함부로 욕심내지 말라는 경고로도 들린다. 노다지는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그러나 과욕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재앙으로 변하기도 한다. 과욕에 대한 경고는 특히 공직자와 정치인에게 실감 난다. 잘나가던 사람이 돈 때문에 하루아침에 몰락한다.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외교부는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카메룬 총리로부터 광산 개발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당시 카메룬을 함께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이 회사 주식은 단 한 주도 사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노터치를 어긴 사람들은 지금 만신창이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국회에 가보니 나라 걱정하는 이는 한 명도 없고 모두 돈 걱정만 하고 있더라." 국민들이야 세비를 포함, 국회의원들이 쓰는 돈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막상 본인들은 돈 때문에 쩔쩔매고 있더라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돈에 관한 한 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까지 한다. 전당대회나 각종 선거 때면 여의도에는 돈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은 어쩌면 정치권의 오래된 관행일 수도 있다.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이 여러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다. 지금 정치권이 겪는 돈 봉투 사건은 어쩌면 노터치의 경고를 외면하고 살아온 대가일지도 모른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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