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샘플 판매 금지되자 우르르 땡처리

가격체계 혼란줘 거래 막아

'화장품 샘플 다음 달부터 안 판다는데 한꺼번에 사도 될까.'

직장인 이모(29'여) 씨는 한 온라인쇼핑몰에서 화장품 샘플 2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다음 달부터 화장품 샘플 판매가 금지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본품으로 사면 30㎖ 용량에 16만원인 에센스가 샘플로 같은 용량을 구입하면 3만~4만원에 살 수 있어 종종 구입했다"며 "이제 살 수 없단 얘기에 한 번에 6개월 사용할 분량을 샀다"고 말했다.

다음 달 5일부터 샘플 화장품 판매가 금지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 샘플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제조일자가 표시되지 않고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샘플의 특성상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에서는 '샘플/소용량' 카테고리가 따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샘플 판매가 활발하다. 미니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샘플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개인쇼핑몰도 많다.

가격은 용량만 따지자면 본 제품에서 70~90% 할인된 수준이다. 한 국내화장품 브랜드 아이크림의 경우 25㎖ 용량 가격이 25만원이지만 3㎖ 샘플의 가격이 6천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어, 1㎖당 가격을 환산해보면 본품은 1만원, 샘플은 2천200원으로 78%가량 할인된 셈이다.

소비자는 값싸게 구매할 수 있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가격 체계를 혼란스럽게 해 샘플 판매가 골칫덩이였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다음 달 5일부터는 샘플 판매가 금지되면서 오픈마켓은 1월 한 달간 지난해에 비해 샘플 매출이 3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용량이 15㎖ 이하인 화장품은 법적으로 제조일자 표시의무가 없는데다 대부분 사은품으로 쓰다 남은 것들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어 품질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샘플의 경우 본 제품에 비해 용기가 부실하기 때문에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2년이라면 샘플은 1년 미만이다.

이 때문에 샘플 화장품을 구입할 때는 6개월치 이상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은 피하고, 쇼핑몰 자체적으로 제조연도를 표기하는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샘플 화장품 판매 금지를 앞두고 땡처리 형태로 샘플이 대량 판매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유통기한이 짧은데다 제조일자를 알 수 없는 샘플을 구입해 쓰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