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복 찢는 졸업식 우린 몰라요"…건전 문화 확산

학사 가운 입고 음악회·세족식까지

"졸업식 문화를 건전하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경북고등학교 제62회 동기회는 최근 2천500여만원을 들여 마련한 졸업 가운 600벌을 학교 측에 기증했다. 교복을 찢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졸업식 뒤풀이에서 빚어지는 일탈 행위들이 사회 문제화한 가운데 졸업생 선배들이 새로운 졸업식 문화를 가꾸기 위해 나선 것이다.

조철래 동기회장은 "졸업 가운을 입으면 학생들이 몸가짐을 조심하고 졸업식 분위기도 안정될 것"이라며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간 따뜻한 정이 오가는 졸업식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각급 학교가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대구 각급 학교는 2일 심인중'고교를 시작으로 중'고교는 8~10일, 초교는 15~17일 졸업식을 치른다.

음악회를 겸한 축제형 졸업식과 재학생에게 교복 물려주기 등 나눔 졸업식, 전통 한복이나 학사 가운을 입는 졸업식 등 각 학교마다 특색 있는 졸업식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도원중은 9일 졸업식 때 현악합주단 공연과 함께 선후배 간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진행한다. 경북대사대부설초교는 15일 졸업식 때 졸업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담임교사와 부모의 발을 씻겨 주는 '부모사랑 스승사랑 세족식'을 갖고, 16일 졸업식을 치르는 아양초교는 '꿈편지함'이라 이름붙인 타임캡슐 보관식을 연다.

신암초교는 16일 학부모 편의를 고려, '달빛 졸업식'이라는 이름으로 오후 6시 졸업식을 시작하면서 학교생활의 추억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고 졸업 축하공연도 펼친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대구경찰청과 업무 협의회를 갖고 졸업식 후 벌어지는 폭력적 일탈 행위를 적극 차단키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식 뒤풀이 명목으로 돈을 빼앗거나 밀가루 등을 던지는 행위, 옷을 벗게 하거나 알몸을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해 배포하는 행위 등은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알렸다"며 "졸업식 때는 경찰과 함께 일탈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단속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경찰도 졸업식 후 폭력적인 일탈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역 중'고교 졸업식이 집중되는 8, 9일 경찰기동대를 각 학교에 집중배치하는 등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순찰시간도 졸업식 당일 오전부터 자정까지로 확대하고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학교 주변 등에 대한 순찰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대구경찰청은 졸업식 당일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는 '폭행죄' ▷학생이 알몸이 되게 하거나 알몸 상태로 단체기합을 주는 행위는 '강제추행죄' ▷졸업식 뒤풀이 준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빼앗는 행위는 '공갈죄' ▷알몸 모습을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찍는 행위는 '성폭력죄' 등으로 간주해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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