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19대 총선 공직자후보추천위원의 면면이 나오자 정치권은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물들로 구성되면서 의원 솎아내기와 새로 심기가 '시스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예상 이상의 국회의원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31일 공천위원 명단 발표 후 "이번 공천 테마는 '국민의 눈높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인물은 모조리 들어내겠다는 일종의 '경고'이자 '선언'이었다.
지역 출신으로는 경주 출신의 정종섭 부위원장과 영주 출신의 서병문 위원이 포진했다. 하지만 대구의 한 의원은 "정 부위원장이 발탁되면서 문자메시지를 (저에게) 보냈는데 그는 친하기는 하지만 할 일은 하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한번 지켜보라. 어떻게 하는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학연, 지연, 혈연같은 연고는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법학계 권위자로서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인 서 위원도 지역 출신이지만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선이 닿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왔다. 과거처럼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이러저러한 '줄'을 달아 현역 국회의원이 살아남던 사례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서울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낸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1998년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냉정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천위원장 요청을 수락하면서도 "쓴잔을 마시는 용기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고, "개인의 출세를 위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이제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 '쓴잔'이 상징하는 의미가 어떻게 실천될지 두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례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데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비우면 나올 수 있는 답은 강공일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주변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계파 색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았다. 그것도 통합형 인선이 아니라 친박계 일색이라는 분석이었다.
정치 경험이 없는 현장형 인물들로 외부영입 공천위원이 꾸려졌지만 친박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면서 '친박근혜 공천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 위원으로 권영세 사무총장과 비례대표인 이애주 의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기환 의원이 나서게 됐는데 권 사무총장과 현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서는 "계파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균형감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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