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산단 부지에 '고인돌 유적'…포항지역 20기 매립 위기

12월 보상 완료 토목공사, 사학계 "미리 발굴작업을"

포항지역 고인돌이 개발계획으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포항국가산업단지 구역 내에 있는 남구 동해명 공당리 고인돌. 신동우기자
포항지역 고인돌이 개발계획으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포항국가산업단지 구역 내에 있는 남구 동해명 공당리 고인돌. 신동우기자

포항지역에서 2천년 이상된 청동기 시대 고인돌 20기가 개발계획에 밀려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지역 사학계는 개발에 앞서 문화재 보존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08년 5월 국토해양부는 LH공사와 포항국가산업단지 조성 실무협약을 체결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동해면'장기면 등 620만3천㎡ 부지에 부품소재산업 위주의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시행을 맡은 LH공사는 오는 12월까지 보상을 완료하고 기초 토목공사를 위한 토지 매립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예전부터 인근 주민들에게 '돌곡'(고인돌 고개)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다수의 고인돌 발견지역이라는 점이다. 포항시 조사 결과, 이곳에는 동해면 9기, 구룡포읍 11기 등 모두 20기의 고인돌이 존재한다. 사학계에 따르면 이 고인돌은 청동기 중기 때의 양식을 나타내고 있다. 청동기가 기원전 10세기쯤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고인돌의 생성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최소 2천년에서 2천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고인돌은 아직까지 발굴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사학계에서는 이곳에 돌칼, 토기 등 다수의 매장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 대한 고인돌 보존 대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향토사학자 황인(63) 씨는 "매장품 연구를 통해 포항지역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고인돌 자체 또한 암각화와 성혈(고인돌 제작과정에서 인공적으로 파낸 구멍) 등이 있어 귀중한 연구자료"라면서 "산업단지 공사에 앞서 고인돌 이전 계획 및 매장품 발굴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등 지역 공원에 고인돌 정원을 조성하는 것도 지역민들의 향토 의식을 북돋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 고인돌에 대한 발굴작업도 함께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문화재청과 협의해 고인돌 및 매장품에 대한 보존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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