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부모님의 금혼식

이번 설은 우리 가족에겐 두 배의 의미와 기쁨이 있는 날이었다. 부모님의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은혼식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셨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나 지나버렸다. 자식들도 각자의 가정을 꾸리다 보니 요즘은 온가족이 모이기가 명절이나 생신 아니면 쉽지 않다.

그동안 두 분이 살아오신 여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으셨다. 1970년대 후반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일 때 아버지께선 우연한 기회로 해외건설현장으로 떠나게 되셨다. 10여 년 세월을 가족을 위해서 그 뜨거운 나라에서 고생을 하셨다. 어머니 또한 4남매를 혼자서 키우며 여간 힘들지 않으셨을 것이다. 어릴 땐 무조건 조르고 떼를 쓰던 철없는 막내였던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부모님께서는 다행히 비뚤어진 자식 하나 없이 모두들 바르게 성장해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하신다. 그게 부모의 맘이 아닌가 싶다. 올해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와 늘 몸이 불편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시는 아직도 소녀 같은 어머니를 위해 이 추위가 지나고 나면 가까운 곳으로나마 오랜만에 여행을 가시도록 해드릴 계획이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지금까지 우리들 곁에 계셔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더욱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조경희(대구 북구 침산3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