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경치 즐기며 시 낭송·스토리텔링… 경북관광열차 문학기행

"한 오십 년 살고 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가 아닌~~."

낙동강변을 따라 달리는 열차 안에는 빨간 등산복을 차려입은 낭송가 오영희(50'여)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유안진의 시 '자화상'읊고 있다.

2012년 흑룡의 해가 밝은 지 채 한 달도 안 된 지난달 28일 계간 '영남문학'(발행인 장사현)은 이색적인 열차문학기행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전 8시34분, 시심(詩心)가득한 얼굴들을 태운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는 동대구역을 출발할 때부터 후끈 열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영남문학회원은 물론 삼국유사문학회 정호완 회장과, 대구예총예술소비운동 손경찬 본부장, 주한 라오스문화원 곽구영 원장 등 각계 인사 43명이 함께했다.

정호완 대구대 명예교수(68)는 '삼국유사 이야기열차306'이라는 제목으로 2시간동안 사진을 곁들인 파워포인트와 동영상으로 조곤조곤 설명(사진)을 해줬다. 특히 왜관, 구미, 김천, 상주, 문경, 예천역을 지날 때에는 그 지역의 역사문화를 설명해줌으로써 한층 실감이 나는 스토리텔링이 됐다.

중간 중간,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기차가 휘돌아 갈 때에는 정지용의 '향수'를 불렀고, 산골짜기 외딴집이라도 보이면 이원수의'고향의 봄'을 합창하기도 했다.

'간이역'이란 시로 널리 알려진 박해수 시인(63)은 '고모역에 가면 옛날 어머니의 눈물이 산다'로 시작되는 자작시 '고모역에서'를 낭송해 참가자들의 코끝을 시큰하게 했다. 굴렁쇠를 돌리던 유년 시절, 어머니를 생각하며시를 썼다는 박 시인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마지막으로 '로 열린 수필가 김정현(58) 씨의 한시(漢詩)의 멋과 맛' 강의는 빠르고 편리함을 좇는 디지털문화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주고 선조의 문학의 향기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날 처음으로 경북순환관광 테마열차를 탔다는 영대수필 김경련(62여) 회원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우리고장 17개역을 돌면서 유명작가들과 함께한 문학기행이 무척 감동적"이라며 "시낭송, 감미로운 선율, 그리고 눈으로 보고 듣는 역사이야기 등이 인상에 오래 남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김성한 시민기자 shk4275@manmail.net

멘토:이종민 기자 chunghama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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