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째 짓다만 공사장 지나다니기 '섬뜩'

철근 자재들만 앙상하게…도심 골칫덩이 흉물 전락, 대구 5년 이상 방치

도심 곳곳에 대형 건물이나 공사장이 흉물로 변한 채 방치돼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6년전부터 공사가 중단된 대구 범어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도심 곳곳에 대형 건물이나 공사장이 흉물로 변한 채 방치돼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6년전부터 공사가 중단된 대구 범어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공사장. 높이 6m가 넘는 철제 펜스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맞은편 건물에 올라가 공사장을 살펴보니 1층도 채 올라가지 않은 건물에 철근 자재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총 면적 4만9천여㎡의 이 건물에는 원래 실내골프장까지 갖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6년 전부터 공사가 멈췄다. 전용면적 160여㎡ 이상의 넓은 평수 위주로 설계됐던 이 아파트는 경기 침체로 분양이 잘 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인근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이모(58) 씨는"펜스에 아파트 이름만 크게 걸린 채 철근 자재들이 널브러져 도심 미관을 해치고 밤에는 주변을 지나기가 불안하다"며 "새 인수자가 나설 가능성이 없다면 철거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도심 곳곳에 오랫동안 공사가 중단된 건물들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도심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같은 날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오거리. 번듯한 외형을 갖춘 건물이지만 13년째 방치되면서 '흉물'로 변했다.

지상 18층인 이 건물은 콘크리트 골조공사는 끝났지만 내부에는 아무런 시설도 들어서지 않은 채 빈 공간으로 남았다.

이곳을 지나던 김병두(22) 씨는"혼자 밤에 이 건물 앞을 지나다닐 땐 섬뜩하기까지 하다. 건물 색깔이 흰색이니 주변에서 '정신병원이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거나 폐허로 변한 성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대형 건축물은 5개다. 동구 불로동 연면적 3만7천㎡인 한 아파트는 16년 가까이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지상 4층 높이의 녹슨 철제 구조물만 남아 있는 동구 신천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도 14년째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집 베란다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빨갛게 녹슨 철골 구조물이 먼저 눈에 띄어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철거를 하든지 아니면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관할 구청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성토했다.

시는 10층 이상의 규모로 설계된 대형 건축물 공사장 위주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소규모 공사장까지 더하면 십수 년째 방치되는 건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와 관할 구청은 행정기관이 민간 건축주에게 공사 진행을 압박할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사장 주변이 미관을 해친다면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공사진행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 공사장 내부나 주변에서 사고가 나면 땅 지주들이나 시행사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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