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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겅썰겅∼ 얼음 자르세" 안동서 '장빙제' 열려

지난해 안동 석빙고장빙제의 채빙과 운빙 모습. 엄재진기자
지난해 안동 석빙고장빙제의 채빙과 운빙 모습. 엄재진기자

옛날 낙동강 얼음을 여름철에 활용하기 위해 석빙고(石氷庫)에 보관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석빙고 장빙제'가 7일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암산유원지와 안동민속박물관 일원에서 재현된다.

석빙고는 선조들이 겨울철 강 얼음을 빙고(氷庫)라고 이름 지은 동굴형 창고에 저장해뒀다 여름철에 더위를 물리치는 데 사용하거나 겨울에 잡은 은어를 보관했다 여름에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이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과 안동석빙고장빙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빙제(藏氷祭)는 ▷안동 남후면 암산리 미천 강바닥에서의 채빙(採氷) ▷소달구지와 어깨목도를 이용한 운빙(運氷) ▷안동댐 인근 석빙고(보물 305호)에 채워 넣는 장빙(藏氷)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운빙이 끝나면 안동시 상아동 안동댐민속촌 내 석빙고 옆 선성현 객사에서 '추위와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지내는 제사인 '사한제'(司寒祭)가 열린다.

문헌에 따르면 '음력 12월에 얼음을 떠서 빙고에 넣을 때 장빙제를 지냈고, 춘분에 빙고문을 열 때 개빙제(開氷祭)를 지냈는데 이를 모두 사한제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사한제를 지낸 장정들은 4명이 한 조가 되어 물푸레나무로 만든 목도로 평균 가로 150cm, 세로 30cm, 무게 80㎏의 얼음덩이를 석빙고로 날라 쌓는 채빙을 한다. 이들은 얼음덩이 사이사이에 왕겨와 짚을 깐 뒤 석빙고 안에 얼음을 차곡차곡 채운다. 얼음 사이에 놓여진 왕겨는 보냉역할을 한다.

이날 석빙고 장빙제가 끝나면 행사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려 안동은어 모닥불구이를 비롯해 사한제에 쓰인 떡과 과일, 잔치국밥, 안동간고등어, 막걸리 등 푸짐한 먹을거리도 더불어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 살을 에는 듯한 강바람을 막아 줄 변변한 옷 한 벌이 없던 시절, 강촌마을 남정네들은 겨울철이 되면 이 빙고 부역을 피해 멀리 떠났다가 봄이 되면 돌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에는 아낙네들만 남아 '빙고 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당시 예안현감(이매신)이 벌였던 장빙제는 강촌마을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부역이었다.

오상일 석빙고장빙제추진위원장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안동 석빙고장빙제가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애향심을 키울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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