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안보리 거부권

중국은 지난 2008년 선거 부정으로 얼룩진 짐바브웨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중국은 또 당시 다르푸르 내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수단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반대해 결의안을 마련하는 데 4년이나 걸리도록 했다. 중국이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하고 있어 자국의 이익이 침해될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 중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지니고 있다. 국제 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안보리가 결의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은 채택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제 정의보다는 국익과 이해관계를 앞세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말미암아 유엔의 역할은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엔 무용론과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다 이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가 4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유혈 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채택이 무산됐다.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미국 중심의 서방 국가들에 의해 중동의 질서가 재편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 사이 시리아 정부군이 시위대에 발포해 26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반정부 단체들이 주장했으며 지금까지 시리아 유혈 사태로 모두 5천4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대해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역겨움을 느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친이스라엘적인 입장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에서 유엔 내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했으나 이스라엘을 의식한 미국의 반대로 말미암아 성사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유엔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 규범이 마련되었으나 이번에는 고려되지 않았다. R2P는 내정 불간섭의 원칙과 국제사회의 책임 사이에서 인도적 원칙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합의로 채택되어 지난해 리비아 사태 때 무아마르 카다피의 독재를 끝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유엔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시리아의 비극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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