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역사상 세계 최고의 부자는 누구였을까. 구약성서는 3천 년 전 이스라엘 통치자 다윗왕을 꼽는다. 솔로몬왕의 아버지이기도 한 다윗왕은 왕국의 수많은 황금과 100만 달란트(당시 화폐 단위) 상당의 은(銀)을 소유했다. 그 재산을 오늘날의 물가와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대충 1천300억 달러(150조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3천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고 부자라는 카를로스 슬림(멕시코 통신 재벌)의 재산 83조 원에 비하면 거의 갑절 가까운 재산이다. 그런 부자가 되는 방법은 딱 세 가지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첫째 근면, 그리고 증여(공짜처럼 쉽게 얻는 것)와 도둑질(훔치거나 남의 것을 뺏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대한민국의 대다수 중산'서민층들이 불평스레 대꾸할 것이다. '열심히 근면하게 일해도 못 먹고살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건 왜 그러냐?'고.
H. 조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근면한 사람들이 얻는 몫이 왜 그렇게 적은지 분명한 이유는 '증여'받은 자들과 '도둑'들이 너무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고. 지금 빈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두고 콕 찍어 한 말 같다. 고급 외제 의류에다 억대 자동차, 그것도 모자라 2천 원짜리 물티슈, 라면, 커피, 도넛까지 수입해다 부(富)를 쌓는 한국 재벌가(家) 2, 3세들의 부자 되는 법은 '근면'에 의한 부라기보다는 바로 H. 조지가 말하는 '증여'의 경우다. 대형 유통망과 문어발 계열사 조직, 그리고 재벌 아버지가 쌓아놓은 종잣돈의 엄호 아래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이 굴러들어오는 '증여형(型)' 부(富)인 것이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 후손들이 자본의 힘으로 골목상권의 생계 수익을 싹쓸이해가니 '근면' 하나로만 부자 돼야 하는 서민들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거기다 '도둑' 부자는 또 어떤가. 당대표 선거판엔 돈 봉투가 날아다니고 고위 공직자들은 부정한 주식 조작으로 떼돈을 챙기며 대통령 형님의 안방 장롱에서는 수억 원의 뭉칫돈이 튀어나온다. 국회 사무실 운영비가 모자랄 때마다 수시로 꺼내 줬다는 돈이 7억 원이라면 장롱 속에 든 원돈은 도대체 얼마라는 얘기인가. '축의금' 받은 돈 등을 모아둔 것이란 해명은 자식 결혼 때 전셋집은 고사하고 금반지 하나 제대로 챙겨 물려줄 형편이 안 되는 서민 부모들 가슴에 염장 지르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그러니 권력자 집 장롱 속 돈과 재벌 자식들 명품 빵집이 '근면'에 의한 부가 아닌 증여나 도둑의 부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반재벌 민심 이반을 틈타 좌파 야당은 얼씨구나 재벌 해체를 주장하며 계층 불화와 갈등까지 키운다. 그래도 '국가 재원(財源)으로서 귀중한 존재인 부자(재벌)가 사회가 건전한 상태(균형 있는 빈부 사회)일 때는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샘난다고 부자가 추방당하는 사회 또한 건전한 상태는 아니다'고 한 처칠의 말처럼 극단적 재벌 깨기나 혐오는 양극화 사회의 옳은 처방이 못 된다.
그렇다면 건전한 사회 상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권력층과 재벌이 서민과 상생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큰 부자들이 나눔과 베풂의 염치를 알고 권력자들은 도둑이 되지 않아야 한다. 재벌가의 젊은 자식들 또한 증여에 의한 부의 대물림에 맛 들이지 말고 재벌 1세 할아버지의 '근면'을 본받아 도전 정신으로 창조적 기업 활동을 해야 한다. 재벌 해체의 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할아버지, 아버지의 돈을 쓰되 국민들 눈에 착하게 쓴다는 신뢰를 주고 칭찬 들으라는 얘기다. 증여로 얻은 부나 도둑으로 챙긴 부가 돈과 권력의 힘에 의해 그냥 넘어가고 덮어지던 세상은 이제 갔다. '부자란 소유하고 있는 자가 아니고 주는 자'라고 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베풀기보다는 끝없이 더 소유만 하려 드니 상대적으로 '100억 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국민이 20%나 생겨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100억 원이 있어야 부자로 만족하는 욕심 많은 백성이 돼버렸는지 다 함께 성찰해 보자. 뭔가 아래위로 잘못돼 있다. 물신(物神)에 미쳐가는 듯한 세태 속에서 돈에 눈먼 일부 재벌과 권력자들에게 욕심의 덧없음을 읊은 조선 선비 이규보의 시(詩) 한 수를 권한다.
스님이 물에 비친 달빛이 탐나
물병 속에 달을 담아왔네
절에 다다르면 그때서야 알리라
병을 기울이면 달도 없는 것을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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