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경찰의 권위주의 냄새가 심하네요."
이만희 경북경찰청장이 이달 2일 상주, 문경경찰서 순시 중 봉암사 가는 길(31㎞)에 문경시청과 경북도청의 제설차량과 인력이 집중돼 도심 간선도로 눈 치우기에 많은 지장이 생겼다는 본지 보도(2월 3일자 6면 보도) 이후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이 청장의 이동구간에 쌓인 눈을 미리 치워줄 것을 요구한 이날은 지난달 31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20㎝ 내외의 폭설과 영하 12℃를 웃도는 한파 때문에 시가지가 완전히 눈 덮인 빙판길로 변해 있었다. 상주, 문경을 통과하는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해도 목적지에 가기 어려웠고,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도 시내 중심부 소통마저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재해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이런 사정을 문경경찰서도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북청에 이를 보고해 방문 예정지(봉암사)를 변경하거나 연기하도록 했어야 했다.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가용 가능한 기관의 모든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돼야 하는데 경찰이 이를 도외시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지역 경찰 총수가 일선의 재해 상황을 모른 채 현장을 방문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치안현장도 아닌 산간오지의 봉암사를 빙판길을 뚫고 굳이 이날 찾아간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지역의 한 사회단체장은 "경찰도 문제지만 절대 다수의 시민들 불편을 외면한 채 정보'수사기관에서 주문한다고 도심지는 내버려둔 채 한적한 도로에 제설장비를 집중 투입하는 문경시의 태도가 더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 청장은 문경경찰서를 순시한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불편 없는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소동은 이 청장의 이 같은 주장을 무색게 했다. 말로만 경찰의 존재 이유를 설파하기보다 경찰의 특권의식부터 없애는 게 더 급선무이다. 그래야 검찰에 대한 경찰의 수사권 요구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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