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담관암

간디스토마가 주요 원인…붉은색 소변·황달 증상 보이면 '의심'

담관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담관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담즙이 배출되는 총담관의 중간 부분에 협착이 보이면서 담관벽이 두꺼워져 있고 위쪽 담관이 부풀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담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암덩어리이다.
담즙이 배출되는 총담관의 중간 부분에 협착이 보이면서 담관벽이 두꺼워져 있고 위쪽 담관이 부풀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담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암덩어리이다.

최종윤(가명'76) 씨는 일주일 전부터 소변이 붉어지면서 눈자위 색깔이 노랗게 변했다. 최근에 몸무게도 3㎏가량 줄었고, 입맛이 떨어져 통 식사를 못했다. 병원을 찾았을 때 기력이 없었지만 별다른 통증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는 정상이어서 세균감염은 없는 듯이 보였지만 황달을 나타내는 빌리루빈 수치가 매우 높았다. 아울러 일부 효소수치가 높아져 담관이 막혔을 가능성도 있었다. 초음파와 CT 검사를 한 결과 담관 일부가 막힌(협착) 탓에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했고 담관벽이 두꺼워진 것도 관찰할 수 있었다.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을 통해 협착부위의 조직을 떼어내 검사한 결과 담관암으로 확인됐다. CT 검사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최 씨는 건강을 회복해 퇴원할 수 있었다.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담관에서 생기는 암

담관암의 위험인자는 다양하다. 특히 만성 담관질환이 주요한 위험인자에 속한다. 염증이 오랫동안 담관 부위에 있었다는 뜻인데,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드문 원발성(다른 원인으로 질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질병인 성질. 반대로 '속발성'은 어떤 병이 다른 병의 원인이 된 것을 뜻함) 담도경화증, 담석증, 담관-공장 문합술(담관 중 일부를 결석이나 종양 때문에 잘라낸 뒤 남은 부위를 십이지장 아래에 있는 공장(空腸)과 이어주는 수술)을 시행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간흡충증(간디스토마)이 담관암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담관암은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밖에 과음, 비만, C형 간염, 간경변증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담관낭종(간에서 만든 담즙이 내려오는 담도가 늘어나 제기능을 못함. 황달, 복통, 고열 등이 생김)과 같은 선천적 담도기형도 담관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담관계에서 발생하는 암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즉 담낭암, 유두팽대부(담관'췌관이 십이지장과 만나는 부위) 암, 담관암이 있다. 담관암은 다시 간내 담관암과 간외 담관암으로, 간외 담관암은 간문부담관암과 총담관암으로 나뉜다.

담관암의 특성은 발생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간내 담관암은 간내에 종괴(덩어리)로 나타나 간암의 일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주 초기에는 간내 담관이 커지는 정도로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없어서 초기 발견이 힘들다.

◆증상이 있을 때엔 이미 수술 불가능이 대부분

이 때문에 증상이 생기면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으로는 ▷소변이 피와 비슷하게 붉게 나온다거나(황달이 있을 때) ▷눈 흰자위(공막)가 노랗게 변한다거나 ▷체중이 갑자기 줄고 ▷식욕이 떨어지는 것 등이 있다. 모든 환자에게 오는 증상은 아니지만 복통이나 소화불량 증상이 올 수도 있고, 염증으로 열이 날 수도 있다.

간외 담관암은 종괴가 비교적 초기에 담관을 막아 황달을 일으키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없을 때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은 혈액검사보다는 초음파나 CT검사가 더 예민하다. 간외 담관암은 영상 검사에서 주로 담관협착(담관이 달라붙어 막히는 것)과 이로 인한 담관확장(담즙이 배출되지 못해 부풀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담관 또는 담관과 연결된 장기인 담낭, 췌장 등에 염증, 결석, 종양 등이 발생, 담관이 막히면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해 여러 증상이 생긴다. 주된 증상은 담즙 정체성 황달 증상, 즉 가려움증, 고빌리루빈 혈증(담즙 성분 중 하나인 빌리루빈의 혈중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 짙은 소변색, 오른쪽 윗배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막힌 담관을 뚫어 담즙을 체외로 빼내기 위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이나 '경피적 담관배액술'(PTBD)을 시행한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집어넣은 뒤 담관 및 췌관과 이어지는 작은 구멍으로 스텐트(원통형 금속 그물망)나 풍선을 집어넣어 막힌 담관 및 췌관을 뚫어주는 것이고, PTBD는 튜브를 몸 밖에서 집어넣은 뒤 담관과 연결시켜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담즙을 체외로 빼내는 것을 말한다. 막힌 담관을 뚫는 것 외에 조직검사에도 쓰일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조기 수술이 가장 중요

최근까지 초음파 검사에서 담관 확장이 보이면 ERCP로 담관 조영을 하는 것이 순서였다. 최근엔 MRCP가 ERCP를 대체하기도 한다. 초음파에서 담관 종괴가 보이면 조직검사를 위해 황달이 없더라도 ERCP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담관 확장만 보인다면 안전성을 감안해 MRCP를 권하고 있다. ERCP나 MRCP로 검사를 해도 양성 담관질환(수술 후 담관협착, 만성췌장염, 원발성 담도경화증, 자가면역성 췌장염, 기타 염증성 협착 등)도 악성 질환처럼 담관협착으로 나타난다.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조광범 교수는 "그만큼 담관암을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라며 "담관협착을 일으키는 대부분 질환은 파악할 수 있지만 담관암과 감별이 안 될 때도 있기 때문에 수술 전 조직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관암의 예후는 그다지 좋지 않다. 수술로 잘라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방법이지만 대부분 종양이 담관을 따라 가로로 길게 자라기 때문에 증상을 일으킬 때에는 종양이 너무 커져서 수술 절제를 시도하기에는 늦은 경우가 많다.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1998~2004년 사이에 일본담관외과학회(JSBS)에 등록돼 수술을 받은 담관암 환자 2천732명을 대상으로 한 수술 성적을 보면 5년 생존율이 평균 33.1%에 그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기진단, 담관협착의 양성 및 악성 감별, 다양한 치료법 개발 등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조기 발견, 조기 수술'이 가장 중요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조광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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