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 둘 입 하나, 세개의 획으로 웃음은 완성"

'웃음을 그리다' 이목을 전 ▶ 갤러리 전, 8일부터

5살짜리 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 그림에는 눈과 입밖에 없다. 눈은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듯하고 입은 막 폭소를 터트리기 직전 같다. 눈과 입. 단 세 개의 획으로 웃음의 의미를 보여주는 이 '스마일' 작품이 극사실 화풍을 오랫동안 고집했던 이목을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어느 날부터인가 눈이 좀 이상하다 싶었죠. 집중해서 글자를 읽거나 사물을 보려 하면 그 영상이 곧 사라지더군요. 2010년 증상이 심해 병원에 갔다가 그림을 그만두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어린 시절 다쳐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다른 한쪽 눈을 혹사한 탓일까. 그는 이제 두 눈 모두 성하지 않다.

그는 극사실 화풍의 그림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 오래된 나무 위에 대추를 그려놓은 그의 작품은 향토적이면서도 진짜 대추를 보는 양 그 모습이 생생했다. 그는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극사실 화풍을 15년간 이어왔다. 하지만 나빠진 눈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지금까지 그려온 방식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1년간 소위 '잠수'를 탔다. 그 후 2011년 4월 들고 나온 작품이 '스마일'.

"내가 '아프다'고 소리치면 상대도 아플 뿐, 좋겠어요? 그냥 운명이라 생각하고, 웃어버리자. 내가 웃어야 다 좋다는 생각에 스마일을 작업 아이템으로 삼았어요. 제 작업실에는 '고통은 하늘이 준 보약'이라고 붙여두었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닫히자, 그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좌절과 절망 대신 '웃음'을 선택한 것.

그의 작품 '스마일'은 단 세 개의 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의외로 그 작품을 많이 좋아한다.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였는데 벌써 관심 갖는 화랑들이 꽤 많다. 외국인들도 흥미로워한다.

그는 오랫동안 청도에서 작업하다가 2004년, 미국 뉴욕으로 훌쩍 떠났다. 그곳에 머무르면서 깊이 있게 느끼고 싶어서다. 2007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청도가 아닌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스마일'을 전 세계에 던져보고 싶어 한다. 그는 '신진 작가'의 마음으로, 미술 잡지에 개인 작품 이미지 광고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이니 나 스스로 마케팅을 해야죠. 일단 사람들에게 변한 나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전 세계 집집마다 이 웃는 얼굴이 있으면, 웃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부적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목을은 갤러리 전에서 8일부터 28일까지 전시를 연다. 오랜만에 고향에서 보여주는 신작 전시다. 소형부터 대작까지 300여 점을 전시한다. 300여 개의 웃는 얼굴들이 관객들을 환하게 맞아준다.

"제 눈요? 그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극사실 화풍을 바꾸고 싶었는데 이렇게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작가로서 파격적인 변신을 할 수 있게 해준 '보이지 않는' 눈에 감사해요." 053)791-213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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