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생물학적 완성도

여성의 유방만큼 생존이나 자손 번식에 비효율적인 인체 기관은 없는 듯하다. 원시시대 여성들은 유방 때문에 생존하는 데 상당히 불리했을 것이다. 여성의 유방은 상반신 위쪽에 붙어 있고 유인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커 사자나 호랑이 등 포식 동물을 피해 달아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줬을 것이다. 적과의 싸움에서도 불리했다. 여전사(女戰士) 아마조네스는 활을 쏘기 위해 한쪽 유방을 도려냈다. 다윈식으로 말하면 여성 유방의 생존 적응도는 낙제점이다.

수유(授乳) 기능도 마찬가지다. 찐빵처럼 부풀어오른 모양의 유방은 어른 남성에겐 '로망'이지만 아기에게는 매우 불편하다. 인간의 아기는 다른 포유류처럼 입이 앞으로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아기가 엄마의 젖을 먹으려면 얼굴을 온통 엄마의 유방에 파묻어야 한다. 아기는 코가 어머니의 가슴에 파묻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자칫 질식할 우려도 있다. 결국 여성의 가슴은 수유의 목적을 위해 그렇게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유방이 10%의 유선(乳腺)과 90%의 지방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유방이 수유를 위한 기관이라면 유방의 이 같은 조직 구성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젖 생산량은 지방이 아니라 유선 조직의 발달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유방은 왜 그렇게 독특하게 진화했을까. 바로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풍만하고 탱글탱글한 유방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남성들이 선호한다. 풍만한 유방은 그 여성이 젊고 건강하다는 사실, 곧 자손 번식에서 그만큼 우위에 있다는 지표로 남성들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간의 유방은 침팬지처럼 편편했을 것이라는 게 진화론자들의 결론이다. 여성에겐 불편하겠지만 여성의 유방은 이렇게 남성의 성 선택 때문에 풍만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갖게 된 것이다.

'나꼼수'의 멤버인 김어준 씨가 '정봉주 응원 비키니 인증 샷'에 대한 논란에 대해 "(그 여성의)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했다"고 해 또다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남자에게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바로 '섹스 어필'이다. 김 씨는 고차원의 농담이랍시고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여성을 섹스와 자손 번식의 도구로 보는 수컷의 숨겨진 본능을 무심결에 노출한 것 같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