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오류(意圖的 誤謬)는 오류인 줄 알면서 사용되는 기획된 오류를 뜻한다.
문학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사용하는 방언은 이에 해당되지 않고, 시(詩)에 사용된 방언이나 기타 시인이 새롭게 창조한 언어가 있을 경우 이에 해당된다.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 들것네'는 전라도 방언을 사용하여 향토적 정서를 표현한 주옥같은 작품이다. '어머나! 단풍이 들겠네'와 비교해 보면 왜 시인이 전라도 방언을 사용했는지 그 의도를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이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적허용(詩的許容)이다.
사회과학연구에서 통계학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분야이다. 대다수의 논문은 수집된 자료를 통계 처리하여 연구의 결론에 도달한다. 자료수집과정에서 상당수 사용되는 방법이 설문조사다.
최소한 수십 편의 논문을 써본 학자들은 논문의 결론을 미리 예측해두고 예측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설문지를 작성하여 예측가능한 사람들을 응답자로 선정한다. 그렇게 하면 연구를 시작하면서 초기에 예상한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연구의 결과가 기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허용된 신뢰수준이나 표준오차를 넘어서기에 결과에 대한 신빙성이 결여되는 경우다.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다. 그간 공들여 연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다.
이런 경우, 연구자는 자신이 세운 초기 가설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연구의 주제를 바꿔야 하지만 다수의 연구자는 그렇지 않다. 설문내용을 바꾸고 응답자를 교체하여 의도된 결과가 유출될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이러한 행위는 엄격하게 말하면 통계적 추론의 타당성을 무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관찰값의 범위와 적절한 예측대상에 대한 신뢰가 결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자는 포기하지 않고 설문조사와 통계처리를 반복하여 결국 초기에 자신이 의도한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딛고 나온 연구의 결과는 오류인 것을 오류가 아닌 것으로 믿게하려는 연구자의 의도된 오류가 아닐까?
선거철이 되면 정치가와 일부 언론들은 설문조사에 의한 추정치를 매일 산더미처럼 쏟아낸다. 과연 신뢰수준과 표준오차범위를 앞세우며 통계 처리된 결과 중에는 여론몰이로 이득을 얻기 위한 꼼수(?)는 존재하지 않을까. 의도적 오류와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은 같은 의미이다. 후보자가 피를 토하며 내뱉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아닐는지. 이제 우리들은 얄팍한 속셈의선동자가 치밀하게 계산한 의도적 오류(空約)를 가려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재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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